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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누가 제 간 좀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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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누가 제 간 좀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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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 오늘 내기 크게 하니까 공 잘 봐주고 룰도 정확하게 해."


저는 '내기를 해 봤자 5000원이나 만원이겠지'라고 생각하고, 고객께도 "네"하고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스코어를 계산하며 돈을 주고받는 동안 이내 덜덜 떨기 시작했습니다. 고객 네 분의 파우치백 안에 가득 찬 수표와 현금을 봤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듣던 내기 골프팀을 처음 만났고, 또 주고받는 금액이 일상적인 내기와는 차이가 있는 큰돈이었기에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첫 홀부터 식은땀이 나고 급기야 손까지 떨리더군요. 몇 홀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삭막한 분위기에 적응될 때쯤 한 고객의 행동이 수상쩍어 보였습니다.


세컨드 샷을 한 공이 분명히 아웃오브바운즈(OB) 같은데 공 찾는다며 먼저 뛰어간 뒤에는 어김없이 "여기 공 살아있어"라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행동이 반복되자 의심이 시작됐습니다. 다른 분들보다 그분을 유심히 지켜보게 됐고, 뒤를 졸졸 쫓아다녔죠. 아니나 다를까 다른 분들 몰래 백에서 공을 꺼내 후딱 주머니에 집어넣으시고는 앞으로 쏜살같이 뛰어 가시지 뭡니까.


그리고 분명히 코스를 알고 계신듯한데 처음 오셨다고 거짓말도 하시더라고요. 차라리 못 봤으면 속이라도 편할 걸, '이걸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확 말해버릴까? 아니야, 상관하지말자. 아니, 그래도 큰돈이 걸린 내기인데, 말해야겠지?' 고민만 하다가 18홀을 마쳤습니다.


다른 분들은 내기골프 전문가인 그 고객에게 돈을 다 털리고 홀쭉해진 백을 들고 돌아가셨죠. 남들을 속여 가며 돈을 딴 그 고객도 밉지만 간이 코딱지만 한 제가 더 미웠습니다. 제가 감아버린 두 눈이 그 사기골퍼를 도와주는 꼴이 되어버렸죠. 결정적인 순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 큰 간이 제게 필요합니다. 누가 간 좀 키워 주세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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