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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거나… 욕하거나… 성깔 부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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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선의 골프 뒷담화 ⑫ 프로들도 동반라운딩 꺼리는 ‘진상골퍼’는

느리거나… 욕하거나… 성깔 부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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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는 함께 라운딩하기 싫은 골퍼유형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사실 일반 골퍼뿐 아니라 프로골퍼 역시 얄미운 골퍼유형 등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시합 때 절대 한 팀으로 플레이 하고 싶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슬로우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다. 보고 있노라면 속이 타기 때문에 나 같은 경우는 아예 등을 돌리고 서 있기도 한다. 왜냐하면 내 리듬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쳤나?’하고 뒤를 돌아보면 아직도 연습 스윙 중일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오늘 하루가 몹시 길 것이라는 불안한 느낌이 엄습해오는데 불행히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라운딩 도중 게임이 안 풀리면 욕을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나의 경우 크게 신경쓰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몹시 싫어한다. 아주 오래 전 한국의 모선수가 미국 골프투어 도중 짧은 퍼팅을 실패하자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했다.


문제는 장소가 높은 산이었기에 메아리가 쳤다는 것이다.(FFFF~~~~) 옆 홀에 있던 선수들에게도 그 울려퍼지는 욕의 여운은 선명히 들렸고, 결국 욕을 한 선수는 협회에 가서 경고를 받고 벌금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욕설을 잘 하는 남자프로 중에는 타이거 우즈가 라운딩 중 욕설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번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는 자중한다는 소문이 있다. 욕설뿐 아니라 클럽을 던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이는 아마추어 때 많이 보던 광경이다. 특히 고등학교나 대학시합 때 불타는 속을 감출 수 없는 영블러드들은 클럽이라도 던져야 후련해진다고 토로하곤 한다.


실제로 나는 홀을 마친 후 공을 숲으로 던지거나 헤저드나 연못에 던져 버린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경고를 받곤 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운 없는 볼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지만 갤러리나 협회가 선수들의 그 마음을 알 리 없기에 몇 차례 경고를 받은 후 가방 안 깊숙이 넣어두었다가 라운딩이 끝난 후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있는 힘껏 스윙을 해 최대한 멀리 날려 보낸다.


이런 공들은 특이하게도 절대로 똑바로 날아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렇게 끝까지 속을 썩이는 공을 스윙한번으로 처단(?)함으로써 나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이렇게 선수들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욕을 하거나 클럽을 던지거나 볼을 던지거나 클럽으로 땅을 찍어버리는 행위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선수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이미 누가 늑장 플레어인지 누가 매너가 나쁜지 누가 욕을 하는지 어느 선수가 클럽을 던지는지를 꿰고 있기 때문에 시합 전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한다.


실제로 얼마 전 PGA 투어 소니오픈에서 벌어진 사건이 있었는데, 비제이싱 선수(사진)와 로리 사바티니 선수가 한판 붙었다는 뉴스였다. 3라운드에서 한 조가 된 두 선수는 첫 홀부터 신경전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 원인은 짧은 버디 퍼팅을 실패한 비제이싱 선수가 사바티니 선수의 캐디에게 “왜 내가 어드레스했는데 움직였냐”며 욕을 하면서 발단이 됐다.


골프 매너는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고 심지여 공이 멈춰 설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예의다. 가끔 그렇게 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본다. 앞서 이야기한 문제를 지닌 선수들에게는 상대방 선수들도 매너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 선수는 남에게 본인이 어떤 피해를 주는지 전혀 인식을 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선수가 보는 상황은 이렇지만 문제는 갤러리들이 욕설을 들었다는데 있다. 갤러리 중에는 아이들도 있을뿐 아니라 매너를 중시 하는 골프에서 욕설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라운딩이 끝나고 본인들은 서로 이해가 됐다며 쿨한 모습을 보이며 수습을 했다.


사실 비제이싱 선수는 워낙 한성격하기로 유명하다. 오래 전 타이거 우즈와 한 팀이 되어 티박스에 올랐을 때도 자신의 성격을 거침없이 보여줬다고 한다. 라운딩 전에는 선수들끼리 덕담을 주고 받는 전통이 있는데 주로 ‘좋은 날이 되어라, 행운을 빈다, 재미있게 치자’ 등등의 말을 건넨다. 이 날 타이거우즈는 비제이선수에게 “행운을 빈다”라고 했는데 비제이싱 선수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내 공은 타이틀리스트2번이야”라고. 이게 왠 동문서답인가? 하지만 그 속에는 철저한 계산이 있다고 본다. 기선제압이거나 두려움을 반대로 표출하는 것이다. 시합이 끝난 후면 그날 골프뉴스나 소문에는 늘 비제이싱 선수가 있다. 이렇게 고개를 젓게 하는 조차 성격측면에서는 대적하지 못하는 새로운 제왕이 바로 불 같은 성격의 사바티니 선수다. 예를 들면 2005년 슬로우 플레이로 유명한 선수 벤크레인과 라운딩을 하는 중에 벤 선수가 퍼팅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다음 홀에 가서 먼저 티업을 했다.


게다가 타이거 우즈가 주최한 시합에서는 꼴지를 기록하자 마지막 라운딩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집으로 가버리기도 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시합 중에는 잃어버린 공을 찾아주던 봉사자에게 욕을 한 사건도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숀오헤어 선수가 주의를 주자 숀오헤어 선수와 한판 붙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신사의 운동인 골프도 이처럼 피끓는 선수들사이에서는 종종 ‘격투기’가 되는가 보다.


하지만 이런 튀는 선수들이 있기에 뉴스가 있고 사건이 생기며 또 다른 관심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올해는 과연 어떤 뉴스들이 쏟아질지 벌써부터 호기심이 발동한다.


느리거나… 욕하거나… 성깔 부리거나…

아무래도 내가 가서 사바티니 선수에게 어드바이스를 해줘야겠다. “슬로우 플레이어를 보면서 '욱하는' 성격이 나오려고 하면 차라리 등을 돌리고 서있거나, 멋진 골프장의 경치를 감상하세요" 라고 주문을 외어볼 일이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자생 웰니스센터 ‘더 제이’ 헤드프로, 방송인


이코노믹 리뷰 최원영 기자 uni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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