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설 연휴를 앞두고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서울 주요 지역에서 가두행진 캠페인을 갖고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대출사기, 테마주 등 '4대 금융범죄' 방지 홍보활동에 나서 화제가 됐다.
금감원이 그 동안 여러 차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벌여 왔지만, 명절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캠페인에 나선 것은 처음이기 때문.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위해 연휴를 앞둔 금감원 직원들을 무더기 차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사에 특화된 금감원 인력들을, 그것도 설을 앞두고 홍보에 동원하는 것은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체 왜 금감원은 이런 행사를 기획했을까.
이런 의혹에 대해 권혁세 금감원장은 20일 기자들을 만나 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속사정을 털어놨다.
권 원장은 최근 한 주부에게서 편지와 함께 소포를 받았는데, 그 소포 안에 빨간 손수건이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편지에는 '남편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5000만원을 사기당한 것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나기 직전이었는데, 금감원이 카드사들을 독려해 피해액의 40%를 돌려주도록 해 2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감사의 표시로 권 원장에게 빨간 손수건을 보낸 것이다.
당초 카드사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미온적 반응을 보였지만, 금감원이 대책을 마련하고 권 원장이 주요 금융범죄로 보이스피싱을 지목하면서 태도를 싹 바꾸었다.
피해자들을 문전박대하던 입장을 180도 변경, 피해사실이 입증될 경우 피해액의 40%를 돌려주기로 한 것.
권 원장은 "잘 생각해보면 (그 주부는)3000만원을 뺏긴 셈인데도 고마워하는 것을 보면, 그런 조치에 생각보다 큰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라며 사후조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금감원 직원들도 규제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열심히 홍보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같은 사기범죄는 소비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대책을 만들기만 하고 홍보를 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이번 가두행진으로 전단지 10장 중 9장이 버려지더라도, 1장을 가져간 사람은 (피해에 대해)100%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선택한 것 역시 사람이 많이 몰리는 때 홍보해야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을 '금융소비자 보호의 원년'으로 삼은 금감원은 올해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비자부문을 준 독립시키고, '금융소비자보호정책협의회'를 신설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금융제도를 개선해나간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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