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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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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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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17일 새벽 3시. 기자는 불과 4시간 밖에 잠을 청하지 못했지만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기자가 잠을 청한 곳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 위치한 육군 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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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도시락을 챙겨주던 어머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기자는 서둘러 취사병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이어서 찾은 육군훈련소 29연대 취사장에선 이미 새벽조인 취사병 4명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취사병의 임무는 명확하다. 밥이 부족해서도 안되며 배식이 늦어서도 안된다. 취사병들은 이미 쌀을 모두 씻은 후였다.

 

취사장 한쪽에 위치한 밥솥에서는 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개당 25인분 밥을 지을 수 있는 밥솥은 서랍형으로 4층구조다. 매끼니마다 밥솥 100개가 쌀로 가득찬다. 2500인분인 셈이다. 밥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사이 한쪽에서는 연신 반찬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반찬을 만드는 조리용 솥은 크기부터 기자를 압도했다. 지름 1.5m짜리 솥에선 50kg가 넘는 고기를 넣고 요리가 한창이었다.


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7개연대로 구성된 육군훈련소는 단일부대로는 전군에서 가장 크다. 이곳에서 훈련받는 훈련병만 하루평균 1만 2000여명으로 육군 장병 40%가 이곳 출신이다. 훈련병들이 하루 먹는 양을 따져보면 쌀 300가마(1가마당 40kg), 돼지고기 568kg, 닭고기 700kg, 계란 303판, 김치 3250kg 등이다. 이 음식들은 모두 180여명의 취사병들이 만들어낸다.

 

기자가 방문한 날의 주된 반찬은 불고기. 취사병은 양념을 챙겨야 한다며 삽처럼 생긴 주걱을 넘기기에 바빴다. 이곳 조리도구는 음식양이 많은 만큼 모두 대형이다. 가정의 숟가락이 여기에선 삽이 되는 식이다. 취사용 삽을 들어보니, 그 무게만도 만만치 않다. 15분가량 삽질을 하고 있자니 음식열기와 섞여 이마에 구슬땀이 흘렀다. 모자를 벗고 땀을 닦으려 하자 취사병은 위생상 모자를 벗지말라며 주의를 줬다.

 

호텔 외식조리과 재학중에 지원입대했다는 신영웅 일병은 "이곳은 단체급식을 하기 때문에 위생이 생명"이라며 "식중독 등 음식질병은 전투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불고기가 조리되는 사이 한 켠에선 된장찌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야채는 소쿠리단위로, 된장은 20kg 한통을 국솥에 쏟아 부어 넣는다. 일반가정에서는 한달은 족히 먹을 양이다. 솥 1개엔 500인분이 들어간다.

 

된장찌게에 들어갈 야채를 썰기 위해 야채실로 이동했다. 이중장갑을 끼고 양배추와 양파를 썰기 20분가량 지나자 손목이 끊어질듯 아파오고 손가락은 꽁꽁 얼어갔다. 우습게 봤던 칼질도 결국 양파냄새에 흐르는 눈물을 핑계로 도망치듯 나왔다.


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취사병옆에는 민간인 조리원이 항상 대기한다. 취사병도 각종 조리사자격증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대형솥에 양념을 할 때는 어머니 손맛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인옥(52세)조리원은 "계량기가 있지만 요령이 필요하다"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음식을 약간 짜게 하는 등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 훈련병들이 하루 섭취하는 영양소는 3265kcal다. 일반인(2600kcal)에 비해선 물론이고 일반 장병(3100kcal)보다 많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훈련병시절을 떠올려 보면 섭취 열량을 이렇게 늘려놓은 것도 이해가 간다.

 

육군훈련소 음식에 대한 오해와는 달리 실제 훈련소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없다. 일부 채소류는 인근주민과 계약을 체결해 현지에서 직접 구입한다. 매주 네번씩 수산물 등 180여개의 음식재료를 배송해 신선도를 유지한다. 이 재료로 지난해에는 명태살, 계란찜 등 10여개의 신메뉴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선정 영양관리원은 "사회생활을 하다 입대한 훈련병들은 처음 3일동안 입맛이 없기 마련"이라며 "입대초기에는 장병들이 선호하는 닭튀김, 오리불고기, 치킨너겟 등 선호식품을 위주로 식단을 만든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모든 음식 준비가 끝난 시간은 새벽 6시. 5톤트럭에 가득 실은 아침식사를 싣고 10km떨어진 각개 전투장으로 이동했다. 전투장에서는 야외텐트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훈련병들이 아침점 호를 받고 있었다. 이들이 모인 야외강당으로 식사를 옮겨놓고 훈련병들에게 배식을 시작했다. 훈련병들은 식판에 가득 담은 하얀쌀밥을 금세 비워버렸다. 문득 기자의 훈련병 시절이 생각났다.

 

2주전에 입대했다는 김영식훈련병은 "평소에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침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며 "밥맛도 꿀맛"이라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훈련병들은 이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에 주어진 한끼 식사는 단순한 밥이 아닌 자신감과 의지를 키워주는 정신적인 지주였다.


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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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훈련소 취사병의 밥전쟁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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