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채권 LTRO 랠리중..포르투갈은 예외 금리 치솟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3년 만기 장기대출(LTRO)을 도입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유럽 국채 시장이 LTRO 랠리를 펼치고 있다며 LTRO가 예상보다 강하게 유럽 신용경색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ECB의 LTRO 도입 발표 후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18%포인트 하락한 6.05%로 마감됐으며 장중 5.98%까지 떨어졌다.
LTRO 도입 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의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리스가 부도나면 마찬가지 신세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 포르투갈 국채는 이번 LTRO 랠리에서 외면받고 있다.
LTRO 도입이 발표됐던 지난달 8일 이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0.40%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3년물 금리는 2.2%포인트 가량 하락했고 아일랜드 2년물 금리는 3.8%포인트 가량 밀렸다.
유로준 국채 입찰도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는 2014년 만기 제로쿠폰 국채 입찰 45억로어치를 발행했는데 낙찰 금리가 3.763%를 기록해 지난달 28일 입찰 당시 4.853%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LTRO 덕분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유럽 은행들이 대거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ECB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4890억유로를 풀겠다고 밝힌 후 돈 잔치가 펼쳐지고 있다.
한 트레이더는 "대부분 트레이더들이 이번 랠리에 놀라고 있다"며 "우리는 LTRO가 시장을 띄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강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못 했다"고 말했다.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ECB의 두번째 LTRO 입찰이 예정된 다음달 29일까지 이번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과의 채무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채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으며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일부 채권단은 협상을 거부하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채무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르켈은 오는 30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전까지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리스 채무협상 타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날 포르투갈 국채 10년물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5%를 돌파, 15.14%까지 치솟았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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