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안녕하세요. 이수배입니다. 전주 이씨입니다.”
지난 20일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열린 에너지업계 대표 신년인사회. 갈색 두루마기에 노란 목도리를 두른 참석자가 눈에 띄었다. 에너지업계 유일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S-oil) 사장이다. 독특한 한국말 인사와 한복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외국계 기업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을 이끌고 있는 수베이 사장이 한국사랑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김치담그기부터 떡국나누기 봉사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한국문화에 기반을 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8년 에쓰오일 사장에 선임된 수베이 사장은 올해로 한국 생활이 4년째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공식석상에서 늘 한국말로 인사를 나눈다. '이수배'는 자신의 이름인 '수베이'를 한국식으로 뒤바꿔 자신이 직접 지었다.
그는 지난 19일에도 임직원들과 함께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 떡국을 끓여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나눠줬다.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매년 연말에는 김치를 담그고 연탄을 나른다. 추석엔 직접 송편도 빚는다.
외국인으로서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직원들은 물론 한국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일부 한국 기업들도 회의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에쓰오일은 임원 회의에서 영어보다 한국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조치로 수베이 사장은 전담 통역사를 두고 회의를 진행한다.
그는 2008년부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을 도우려다 숨지거나 다친 의인들을 발굴, 릫올해의 시민영웅릮을 선정해오고 있다. 이는 그 나라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를 이해해야 한다는 현지화에 대한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중동 출신임에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과 스탠퍼드대학을 거치는 등 글로벌 경험을 많이 쌓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에서 27년 동안 근무하면서 엔지니어링, 원유·가스 생산, 기획 등을 두루 거쳤고 사우디 아람코의 일본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륨(SPL) 사장과 미국 소재 자회사인 사우디 페트롤륨 인터내셔날(SPI) 사장을 역임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글로벌 경험이 많아 한국 문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때문에 직원들도 외국인이라는 이질감보다 동질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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