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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백화점·기업형슈퍼의 한우값 폭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0초

축산 농민들은 한우 값이 폭락해 수지를 맞출 수 없다면서 분노를 터뜨리는데 도시의 한우고기 값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재벌 계열사가 여럿 포진한 백화점, 대형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산매(소매) 단계의 과도한 마진 탓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 아래 한국소비자연맹이 조사한 결과로 드러난 사실이다.


연맹에 따르면 구제역 파동 이전인 2010년 10월과 올해 1월 사이 상위 3개 등급(1++ㆍ1+ㆍ1) 한우고기의 도매 가격은 단순평균으로 21% 하락했으나 산매 가격은 11% 하락하는 데 그쳐 산매 단계의 마진이 커졌다. 최상위 등급(1++)만 보면 도매 가격이 23% 내리는 동안 산매 가격은 6% 내리는 데 그쳤고, 특히 백화점과 SSM의 산매 가격은 되레 1%와 12% 올랐다. 산매 단계의 물류비 등 유통 비용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조사대상 기간 중 유통비용 증가는 1% 미만에 그쳤다.

횡성 한우의 유통단계별 수익을 따져본 결과를 보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산매가격 중 유통수익(유통비용+이윤)의 비중'을 연도별로 보면 도매 단계에서는 2009년 3.1%, 2010년 3.3%, 2011년 3.8%였는데 산매 단계에서는 차례로 34.4%, 37.6%, 38.5%였다. 산매 단계의 유통수익이 도매 단계에 비해 10배가 넘는 산매폭리형 유통구조가 온존되는 동시에 그 폭리의 크기도 점점 더 커진 것이
다.


이러니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소비자들이 한우 값의 급락을 실감하지 못한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가격신호가 왜곡 없이 전달돼야만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이 발휘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중대한 문제다. 유통업체들, 그 가운데 특히 대자본이 직접 운영하거나 이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매업체들이 가격신호를 중간에서 왜곡해 버리는 지금의 한우고기 유통구조는 근본적으로 혁신돼야 한다.


유통업계에서 '품종과 브랜드별 원가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반발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태도를 바꿔 스스로 판매가격 인하에 나서길 권한다. 설 이후 비수기에 한우 값이 더 떨어지리라는 전망도 있다. 직거래 확대, 유통단계 축소, 농협 등 생산자단체의 역할 강화를 비롯한 중장기적 유통구조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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