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해외펀드에서 손실난 것도 속상한데 환차익에 대한 세금까지 물어야 한다니 억울하지 않나요?"
한 해외펀드 투자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해외펀드 투자로 손해를 입은 경우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손을 들어주면서 자산운용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미 환매를 환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대거 세금 환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조일영 부장판사)는 개인투자자인 김 모씨가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손실이 발생한 해외펀드의 환차익에 세금을 물린 게 부당하다"며 "세무서는 김씨에게 소득세 1000만여 원을 돌려주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옛 소득세법이 주식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과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구분하고 있지 않은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각각 별도로 계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2007년 2억3000만원 상당의 일본펀드를 매수했다가 이듬해 12월 환매해 배당소득세 2430만원을 제외한 1억6121만원을 돌려받았다. 김씨는 소득세 경정청구에 나섰지만 세무당국이 1088만원만 돌려주자 "환매금액이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환차익 1억5784만원을 분리해 배당소득으로 본 것은 부당하며"며 소송을 냈고 법원이 김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해외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하자 환매하는 투자자들 사이에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입었음에도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냐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며 "이번 소송 사례와 유사한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로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는 물론 자산운용사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김 씨와 같이 과거 해외펀드에 가입했지만 환차익으로 세금을 징수당했던 펀드투자자들이 연이어 소송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은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 사이 해외 펀드에 가입했다가 환매한 투자자다. 현행법상 해외펀드는 주식, 환율, 채권 등 자산별로 이익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손익으로 과표기준가를 계산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 당시 법적 근거인 조세특례제한법은 주식만 따로 떼어내 비과세 혜택을 줬기 때문에 김 씨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2007년 6월~2009년 말)를 위해 만들어진 조세특례제한법과 정면 배치된다"며 "당시 해외펀드 비과세는 주식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다른 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은 과세 대상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과세당국도 항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과세당국이 향후 상급심에서 패소할 경우 종합소득세 경정청구 기간인 3년내 경정청구를 하면 냈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해외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 중 세금 우려로 환매하지 않은 경우에도 환매에 나설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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