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장사꾼들의 "손해보면서 팔아요"다. 하지만 진짜 손해보면서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막대한 광고 효과 때문이다.
옥션이 42인치 디지털TV를 49만9000원에 판매하며 이른바 '반값TV'가 가전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한 42인치 TV는 가장 저렴한 모델이 100만원 수준이다. 정확히 반값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42인치 TV를 100만원에 팔면서도 수익율이 낮다고 아우성이다. 중소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42인치 TV의 가격대는 60만원대 후반이다. 어떻게 옥션은 최저 60만원대 후반의 TV 가격을 50만원대까지 떨어뜨렸을까?
전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통업체들은 가격파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좀 더 자극적인 가격파괴 상품이 필요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상품을 내 놓고 있다.
처음에 식음료로 시작됐던 전쟁이 확전되고 있는 모양새다. TV로 시작된 가전제품의 가격 파괴 역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으로 옮겨갈 태세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지금 유통업체들이 내 놓는 반값TV들의 경우 유통업체가 일정부분 손해를 보고 파는 경향이 있다"면서 "재고를 확보해 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매번 300~500대 정도씩 한정 판매하며 자사 유통체널이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행위"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가전 매장에 반값TV를 진열해 놓고 대량으로 판매하지 않고 왜 매번 한정 수량으로 판매할까? 대량 판매에 나설 경우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옥션에서 판매한 '올킬 디지털TV 풀HD-LCD 42인치' TV는 300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됐다. 이 제품은 중소 TV 업체인 WCD가 만들었다. WCD는 같은 42인치 제품을 67만원대(인터넷 최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WCD가 직접 판매하는 제품과 옥션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차가 무려 17만원이나 난다.
가전 업계는 반값TV를 판매하는 유통업체들이 대당 10만원 정도를 손해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옥션의 경우 300대를 판매했으니 약 3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지만 이로 인한 광고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수억원대의 광고효과를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쇼핑몰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 쇼핑몰 브랜드 홍보를 하는 일이 흔하다"면서 "반값TV도 손해까지 보는 것은 아니지만 마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의 가전제품 가격 파괴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가전 업계 일각에서는 유통업체들이 이벤트 성격으로 벌이는 가격 경쟁이 자칫 시장을 왜곡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정상적인 제품의 가격 구조를 왜곡시키고 기존 가전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현 상황을 보면 대기업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이는 현실과 다른 것으로 보여진다. 유통업체들의 이벤트가 자칫 가전제품의 가격구조를 왜곡하고, 대기업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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