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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타는' 상무, 그들을 바라보는 냉정한 프로의 시선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9연승과 9연패. 프로와 아마추어의 냉혹한 현실이 한 코트 안에서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17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NH농협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상무신협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거침없이 9연승을 달린 대한항공은 벌써 한 달 넘게 패배를 잊었다. 3라운드 전승에 이어 반환점을 돈 4라운드에서도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치열한 중위권 다툼에서 한 발 앞서며 선두 삼성화재를 목표로 맹추격에 나섰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코트는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반대편에서 지켜보는 상무의 분위기는 그래서 더욱 무거워 보였다. 선수단 스스로가 서로를 독려하며 패기로 맞섰지만 대한항공의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9연패를 기록한 상무는 지금 사면초가 상황이다. 경기 후 최삼환 감독이 직접 나서 “선수들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니 너무 자극적인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말할 정도다.

상무는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에 공문을 보내 “(프로팀들이)상무와의 경기에는 외국인 선수 출전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군 복무기간을 자유계약선수(FA) 연한에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2005년부터 아마추어 초청팀 자격으로 V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상무는 만년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해 11월 대한항공을 꺾고 시즌 첫 승을 신고하고 LIG를 상대로 2승째를 기록한 뒤로는 두 달 넘도록 승리가 없다. 물론 연패의 충격이 낯선 것은 아니다. 최삼환 감독도 “예전에 23연패까지도 해 봤다. 그 때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현 시점에서 상무가 리그 불참과 배구단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검토 할 만큼 절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성적 부진과 더불어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 때문이다. 최 감독은 “국방부 장관도 배구를 좋아하고 겨울 스포츠 중에서는 배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예전에는 지다가도 이기고는 했는데 계속 지는 모습만 보는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경기가 잘 안 풀리니까 부대에서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맹과 원만하게 조율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상무의 요청을 두고 프로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출전을 제한하면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고 팀 성적과도 직결된다는 이유다.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은 “상무가 프로에서 뛰고 있는 만큼 규정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했다.


상무가 당장 팀 해체라는 초강수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 최 감독도 “절충안을 찾고 선수들이 게임을 계속 뛰어야 하지 않겠냐”고 털어놨다. 실업리그 참가, 지자체 지원 등 몇 가지 대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배구연맹은 오는 27일 각 구단 사무국장과 회의를 통해 상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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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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