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떨어지고 유가 오르고
업황 최악 2009년과 닮은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해운불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시 금융위기 이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종철 한국선주협회장은 지난해 6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의 첫 만남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해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나, 이날 함께 한 각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6개월여 후. 벌크선운임지수(BDI)는 3년 만에 1000포인트선이 깨졌고, 선박연료유 가격은 2008년 여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운임과 유가 모두 금융위기로 최악의 업황을 기록했던 2009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2009년만큼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DI는 지난 17일 974포인트를 나타내며 1000포인트선 아래로 떨어졌다. BDI 1000포인트대가 붕괴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말 이후 약 3년만이다.
겨울철은 석탄, 철광석 등 벌크선 수송물량이 늘어나는 전통적 성수기지만 BDI는 하락세다. 선박 공급량 과잉에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물동량 거래가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BDI 1000포인트 이하는 대형해운사들도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컨테이너운임지수인 CCFI역시 지난 13일 920포인트로 전년 대비 15%가량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선박연료유 가격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능성이 제기되며 급등추세다. 선박연료유로 사용되는 벙커C유 가격(싱가포르 380cst 기준)은 지난 11일 t당 740달러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40%이상 높다. t당 평균 가격은 2010년 465달러에서 지난해 647달러, 올해 1월들어 720달러선으로 급등했다.
해운사 운항원가에서 연료유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선이다. 연료비가 t당 100달러 인상될 경우, 5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 당 추가비용은 연간 390만달러에 달한다. 7만DWT급 벌크선 역시 연간 105만달러의 추가비용 요인이 발생한다. 지난 2010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지출한 연간 연료유 구입비용은 각각 1조6700억원, 1조3100억원대로, 같은 해 각 사 영업이익의 2배를 웃돌았다. 연료비 증가세를 감안할 때 해운사들의 부담도 더욱 커진 셈이다.
이 협회장은 17일 열린 선주협회 정기총회에서 "해운불황이 장기화되고 국내외 금융여건이 악화되면서 해운업계의 문제가 개별기업에서 전체 해운산업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중소선사 대표 역시 "2009년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올해부터 시황이 점차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여기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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