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3사 선복량 증가규모 79만TEU…한진해운 전체선단 웃돌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CMA-CGM(프랑스)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몸집불리기'가 본격화되면서 국적 해운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선복량을 대폭 늘린 이들은 최대 절반운임을 내세워 운송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국적 해운사 역시 대형화에 나서고 있지만 현 시황, 실적 등을 감안할 때 무작정 투자를 감행할 수 없어 고심하는 모습이다.
11일 프랑스 컨설턴트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최근 세계 30위권 컨테이너 선사가 운영하는 선복량은 전년 대비 102만707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7.87% 늘어난 1406만8972TEU로 파악됐다.
호황기에 발주한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이 지난 2010년부터 대거 시장에 투입됨에 따라 주요 해운사들의 운영선단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선복량은 해운사가 보유한 컨테이너선박의 총 수송능력으로, 매출액 규모와 함께 해운사 평가 기준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머스크, MSC, CMA-CGM 등 대형 3사의 선복량 증가 규모는 총 79만6357TEU에 달했다. 이는 단일 선사기준 세계 4위 규모로,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전체선단(47만2691TEU)을 훨씬 웃돈다. 이들은 각사 별로도 최대 19%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30위권 내 이름을 올린 한진해운, 현대상선, 고려해운의 선복량은 소폭 줄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9위 한진해운과 27위 고려해운(4만8718TEU)은 전년 대비 운영선단이 1~3%가량 줄었고, 18위 현대상선(29만3745TEU)만이 2.39% 늘어나는데 그쳤다. 100위권 내 국적 해운사는 총 8개사로 전년도 9개사에서 한 곳 줄었다. 공급과잉에 따른 여파로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시황 부진이 지속되자, 운영선단 중 용선(임대선)을 줄인 탓으로 분석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저가운임을 앞세운 출혈경쟁이 일년 내내 지속되며 주요 노선인 미주노선과 유럽노선의 운임은 전년 대비 각각 2분의 1,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라며 “대형사들이 택한 강공전략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국적 해운사들 또한 그간 대형화 추세에 발맞춰 발주 등을 단행해왔지만 현 시황, 실적 등을 감안할 때 투자를 지속할 수 없어 고심 중이다. 지난해 초대형선박을 5척 이상 발주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발주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이들은 가장 출혈경쟁이 심화된 유럽노선에서는 타 해운사와 공조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이후 인도된 선박 규모만 봐도 향후 무한경쟁, 승자독식으로 치닫는 업계 패러다임을 알 수 있다”며 “유럽노선에서부터 해운사들 간 동맹, 얼라이언스 간 통합 등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2년간 세계 30위권 해운사의 선복량 증가 규모는 259만6770TEU로, 이 중 대형 3사의 비중은 절반 이상인 145만5663TEU에 달한다. 대형 3사의 전체 시장점유율은 총 40%를 웃돌며 주요 원양노선인 미주, 유럽노선에서는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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