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으로부터 지급보증 불충분" 지적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프랑스를 비롯해 9개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한지 사흘 만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최고 신용등급(AAA)도 박탈했다. 유럽 구제금융 펀드인 EFSF의 신용등급 강등은 대출 및 지급보증 여력 감소를 의미하는만큼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P가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EFSF에 대한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이 17일 보도했다. S&P는 EFSF가 유로존 회원국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 것인만큼 지난 13일 유로존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S&P는 지난 13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AAA 등급을 박탈했으며 이에 따라 S&P 기준으로 유로존 내 AAA 등급 국가는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 4개국으로 줄었다. 당시 S&P는 사실상 EFSF의 AAA 등급 유지는 독일에 달려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존 체임버스 S&P 국가신용등급위원회 위원장은 로이터와의 13일 인터뷰에서 "다른 국가가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이 확인된다면 EFSF는 AAA 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며 다른 4개 AAA 등급 국가들이 EFSF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P는 불과 사흘 만에 EFSF의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하면서 "EFSF가 AAA로 평가된 EFSF 회원국으로부터 충분하게 지급보증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6일 독일 국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EFSF에 대한 독일의 지급보증 규모는 충분하다"며 사실상 EFSF에 대한 독일의 기여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기금 규모가 4400억유로인 EFSF의 지급보증 여력은 7800억유로로 평가된다. EFSF 지급보증 여력과 관련해 쇼이블레 장관은 2110억유로 규모의 독일 EFSF 지급보증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EFSF 지급보증은 충분하다"며 "유로존 정부 대표들은 EFSF를 대체하기 위한 영구적인 유로안정화기구(ESM) 마련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EFSF가 향후 몇 개월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위한 지급보증 규모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향후 EFSF를 대체하게 될 ESM은 오는 7월 출범할 예정이다.
독일은 유로본드 도입과 EFSF 기금 확대 등 독일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해 계속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은 내심 독일이 유로 도입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입고 있는만큼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독일 등이 더 많은 도움을 주기를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몬티는 부채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로존 주변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독일 등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몬티는 유로가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지만 아마도 독일에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유럽의 경제 논쟁에서 이겨왔으며 이에 따라 독일 제품은 기막히게 수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부 유럽 국가들은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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