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주식시장 순매도 9.6조..유럽자금 15조 이탈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시장 자금이탈이 심화된 가운데서도 아시아 국가들은 국내 채권시장에 6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10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으며 재정위기에 시달린 유럽계 국가들의 자금은 15조원 이상 이탈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7조1000억원을 순투자(순매수-만기상환)했으며,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순투자가 6조1627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2010년 7조원의 돈을 투입했던 유럽계 국가의 자금이 3조4000억원 빠져나가고, 미국, 룩셈부르크 등의 순투자액도 급감한 가운데 순투자 규모가 2010년보다 늘어난 것은 아시아계 자금이 유일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이후 글로벌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순매수 규모가 다소 둔화됐으나 주식시장과 달리 외국인 자금 유입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의 투자가 두드러졌다. 국내 채권시장에 순투자한 규모만 3조6609억원으로 전체 중 1위를 차지한 것.
중국은 한국채권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9년 이후 매년 투자규모를 확대해 작년 말 10조2000억원의 한국 채권을 보유하면서 한국채권 보유국 3위로 떠올랐다. 국내 채권을 중국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16조3689억원)과 룩셈부르크(12조9708원) 뿐이다.
외국정부 관련 기관 투자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 외국정부 관련 기관의 외화 다변화 전략과 한국채권의 매력도 증가에 힘입어 만기상환분을 제외한 순매수 규모가 10조9000억원에서 16조3000억원으로 급증한 것. 이 기간 전체 외국인의 국내채권 순매수 규모는 63조1000억원에서 41조2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덕분에 정부관련 기관의 채권 보유잔액도 2010년 말 15조2000억원에서 28조3000억원으로 급증해 전체 외국인 채권 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5%에서 34.1%로 크게 늘어났다.
주식시장에서는 2010년 22조9000억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지난해 9조60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 3조2000억원어치의 한국주식을 사들였던 유럽계 자금이 15조1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이 외인 자금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14조9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미국계 자금도 5조2000억원을 사들이는데 그쳤고, 그나마 8월 이후에는 1조7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투자자별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펀드자금이 8조148억원이나 빠져나가고, 증권사와 은행 등도 각각 4조2504억원, 2조5466억원씩 이탈했지만 장기투자 성향이 짙은 해외 연기금의 국내주식투자는 2조24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현재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30.4%에 달하는 351조500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83조원 규모의 국내 채권을 보유해 상장잔액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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