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가 자체 운영체제(OS)인 '바다'를 인텔과 함께 개발 중인 '티젠' OS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강태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전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2'에서 "바다와 티젠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업이 언제 마무리될 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두 OS가 통합되면 바다와 티젠 개발자들은 같은 개발자 도구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는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OS로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는 현재 3개 제품이 출시됐다. 티젠은 리눅스모바일재단이 삼성전자, 인텔과 함께 개발 중인 OS로 올해 중순께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나올 예정이다. 두 OS 모두 리눅스 기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통합 이후 티젠은 바다 전용 소프트웨어개발킷(SDK)으로 쓰여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지원하게 된다. 이미 출시된 바다 앱과도 호환된다.
삼성전자가 바다와 티젠을 하나의 OS로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향후 OS 시장에서 영향력을 얼마나 확보해 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지원하고 그 밖의 제품에는 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 등을 탑재한다. 하드웨어 경쟁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구글, MS 등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빌려다 쓰는 상황이라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당장 지난해 9월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하자 삼성전자의 OS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구글이 휴대폰 생산에 뛰어들면서 기존의 협력 관계에서 벗어나 잠재적인 경쟁 상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새로운 OS를 개발하면 안드로이드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해당 OS를 가장 먼저 탑재한 레퍼런스폰을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모토로라에 특혜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MS도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특허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삼성전자로부터 로열티를 받아가고 윈도폰 개발에 협력할 것을 넌지시 강요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OS를 개발하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면 언제까지나 계속 OS를 빌려다 쓰면서 소프트웨어 업체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가 바다와 티젠을 통합하는 등 OS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 OS 전략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탈(脫) 구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자체 OS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