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신약 '카나브' 발매 첫해 100억원 돌풍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가 출시 9개월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100억원은 업계에서 소위 '성공한 제품'의 기준으로 통한다. 수입약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의사들이 짧은 기간 이 약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약 마케팅의 귀재' 김광호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미소를 짓는다.
김광호는 승부사다. 조용한 듯 움츠렸다 강한 파괴력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그의 이력은 단순하고 인상적이다. 플라빅스와 위암 딱 두 단어로 압축된다. 한해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국내 1위 의약품 플라빅스(혈전약)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위암. 42살이던 1990년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병을 이기고 업계에 복귀했지만 그의 존재는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김광호는 사노피신데라보(현 사노피아벤티스)를 그만두고 보령제약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만고만한 복제약과 겔포스ㆍ용각산이 전부였던 보령제약. '제약 마케팅 귀재'의 업계 복귀는 그래서 큰 뉴스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6년의 와신상담 끝에 그는 '황제'란 뜻의 '카나브(Kanarb)'를 들고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카나브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가
"국내 신약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자료'를 축적한 것이다. 임상시험에 국내 웬만한 병원이 다 참가하다보니 의사들이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를 스스로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일종의 '프리(pre)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것이다. 또 학술자료를 의료계에 공유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뒷받침 되면서 '믿을 수 있는 약'이란 인식이 퍼지게 됐다."
-외국 제약사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 제약사의 변화를 역설했다. 지난 6년간 어떤 일이 있었나.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바로 '근거 중심 마케팅ㆍ영업'이다. 직원들을 해외 논문에 정통하는 수준으로 교육시켰다. 이것이 카나브 출시와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또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듯 모든 권한을 넘겨준 것도 선진 제약 마케팅 전략이다. 예산부터 목표ㆍ전략을 스스로 짜고 관리하게 했죠.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것이니 성과가 잘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플라빅스를 시장 1위 제품으로 키웠다. 카나브에는 얼마나 욕심을 내나.
"5년내 1000억원 돌파가 가능할 것 같다. 2020년까지 2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 수출로만도 연 1000억원 정도 팔릴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 중 국내외적으로 가장 성공할 잠재력이 있는 약이다."
김광호 사장은 올해 65세다. 보령제약은 창업주의 장녀 김은선 회장(55)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자연스런 경영권 상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 사장 입장에선 40년 업계 경력이 막바지에 다다른 셈이다. 그래서 그에게 카나브의 성공은 더욱 의미가 깊다. 수입약 플라빅스의 성공보다 토종약 카나브를 세계 시장에 진출시키는 일이 더 값지게 느껴져서다.
김 사장은 "보령제약 후에는 어떤 위치에 있든 국내외 제약사를 두루 거친 경험을 활용해 보건의료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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