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중국 경찰들은 메르세데스 벤츠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를 몰고 다닌다."
중국 공산당 간부와 정부 고위 관리들이 외제 관용차를 이용해 중국 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최근 중국 서민들이 최고급 관용차가 눈에 띌 때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부각됐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산당 본부 소속 차량 가운데 56만달러(약 6억5200만원)짜리 초콜릿색 벤틀리가 있는가 하면 인민해방군 소속 차량 중에는 33만달러짜리 마세타리도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 경찰은 메르세데스 벤츠 SUV를, 북부 지린성(吉林省) 경찰은 포르쉐 카이엔을 순찰차로 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들 호화 차량을 사들이는 데 연간 150억달러나 쓰는 것으로 본다. 그보다 몇 배 이상을 쓰고 있다는 추정도 나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빈민 주거문제에 배정된 예산이나 과학기술 개발 예산보다는 많은 돈이다.
블로그에 올라온 호화 관용차의 주차 위치도 가관이다. 이들 관용차는 아이들 등하굣길, 쇼핑몰 등에 주차돼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호화 차량 이용에 중국민들의 반발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한 블로거는 "학생을 너무 많이 태워 발생한 버스 전복 사고가 여럿 있는데 공무원들이 호화 아우디 A6를 타고 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발끈했다. 비싼 외제 관용차를 사느니 학생들이 타고 다닐 버스나 구입하라는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이 만드는 아우디 A6는 현재 공산당의 반관용차로 이용되고 있다. 아우디 A6는 1980년대 이래 중국에서 10만 대 이상 팔려 나갔다. 이 가운데 20%이상이 중국 정부 소유다. 대당 가격은 5만~10만달러다.
칭화 대학의 런지안민 교수는 "공산당이 1940년대 공무원들에게 특정 지위에 오르면 특권을 주기 시작했다"며 "과거 특권이란 집이었지만 요즘은 자동차"라고 말했다.
현지의 한 네티즌은 "인민해방군이 스포츠카를 갖고 있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전쟁이 나면 스포츠카가 빨리 출동하는 데 도움이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비아냥거렸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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