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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회 쇄신의 길 구만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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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회 쇄신의 길 구만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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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지난달 9일 성남 NHN 그린 팩토리. 2층 대강당은 건장한 사내들로 북적였다. 프로야구 선수들이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회) 제11차 정기 총회 참석을 위해 275명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어진 전체투표에서 박재홍은 제 7대 선수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협회가 발전과 후퇴를 반복하다 과도기를 맞았다.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을 만들겠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할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공정과 투명을 거론한 건 지난해 4월부터 불거진 의혹 때문이 컸다. 권시형 전임 사무총장은 온라인 게임개발업체로부터 선수들의 초상권 독점 사용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25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공판은 2월 중순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날 총회에서 자진사퇴할 예정이던 권 전 사무총장은 남은 임기를 역설하다 일부 선수들의 지탄 속에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6일 뒤인 12월 15일 박재홍 회장 체제의 선수협회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권 사무총장의 해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12월 20일 다시 한 번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사무총장 직무대행에 전 삼성 투수 박충식을 추대했다.


그러나 흐름은 이내 암초에 부딪혔다. 이혜천(두산), 현재윤(삼성), 박명환(LG), 김상현(KIA) 등은 12월 28일 용인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충식의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정관에 의거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주이유. 이들은 투명한 선수협회의 운영도 함께 당부했다. 선임 안건은 결국 1월 3일 임시총회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현재윤, 이혜천 등의 목소리는 회의에서 적극 반영됐다. 앞서 담화문을 통해 “선수협회를 흔들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며 파행을 우려했던 박재홍 회장은 장시간 회의 끝에 사무총장 후보를 다시 받아 투표를 진행시켰다. 집계 결과에서 박충식은 유효표 332표 가운데 과반 이상인 182표를 획득해 이도형(전 한화, 139표), 이종열(전 LG, 4표), 양준혁(전 삼성, 0표) 등을 제치고 신임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집행부의 일 처리에 불만을 제기했던 현재윤은 총회 뒤 “모든 것이 절차대로 잘 이뤄졌다”며 호텔 밖을 빠져나갔다. 박재홍 회장도 “회의를 통해 모든 오해를 풀었다. 앞으로 선수협회를 투명하게 운영해 선수들의 권리를 찾는데 힘쓰겠다”라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결여된 참여의식이 부른 내홍


여전히 해결할 과제는 산더미다. 총회에 앞서 박재홍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이번 총회에는 선수들의 직접적인 참석이 여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반드시 상황을 직접 듣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선수협회의 앞날을 결정하는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인원은 6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더구나 선수협회의 기본 설립 취지인 선수들의 권익 신장, 사회 환원 등은 회의에서 관심 밖에 가까웠다. 오후 1시에 시작된 임시총회는 5시간 20분여 뒤인 6시 20분쯤 종료됐다. 박재홍 회장은 “회계실사 보고에 1시간 정도가 걸렸고 사무총장 선임 안건에 2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나머지 안건은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했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선수협회는 올해 노조 전환 등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내홍으로 계획은 전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박재홍 회장은 “노조로의 발전 등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팬들에게 욕만 먹을 것”이라며 “나중에 정상화가 이뤄졌을 때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협회 쇄신의 길 구만리 남았다


정상화까지 오를 계단으로 그는 두 가지를 손꼽았다. 회계자료 공개와 철저한 감사다. 하지만 여기에는 필수요건이 하나 더 따른다. 선수협의 주체인 선수들의 관심이다. 2009년 5월 회장이던 손민한은 선수협회의 노조 전환을 추진한 바 있다. 계획은 보기 좋게 무산됐다. 야구관계자 A씨는 “선수들이 힘을 모아주지 않았다. 시즌 중 추진했던 탓도 있지만 모두 너무 무관심했다”라고 당시를 복기했다. 이 같은 패턴은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 A씨는 “전임 집행부의 비리 등으로 선수협회가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면서도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관심은 다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박재홍 회장이 담화문까지 냈지만 3일 총회에 참석한 인원은 6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선수들의 계속된 외면을 예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B씨의 생각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박재홍 회장이 SK 후배들만 모두 데려왔어도 3일 총회의 참석 인원은 100명을 너끈히 넘겼을 것”이라며 “회장이 팀 후배들조차 불러 모으지 못하는 것이 현 프로야구 선수들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고 가정해도 밑바탕에 철저하게 깔린 특유 선후배 문화로 자기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조 전환보다 중요해진 투명한 운영


악조건 속에서 박재홍 회장은 나 홀로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속도는 일사천리에 가깝다. 회장에 선임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5일 선수협회의 특별회계감사를 실시했고 지난달 29일 전임 집행부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이미 기소된 비리 혐의와 별개 사인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야구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선수협회는 “전임 사무총장 소유 회사로 의심되는 아이엔피에 올해에만 7억3000만 원이 근거 없이 지급됐다”며 “정체가 불분명한 회사에 5억 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억 원이 넘는 횡령, 배임 비리도 추가로 발견됐다”라고 발표했다. 전임 집행부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야구관계자 C씨는 “돈의 출처를 해명할만한 자료를 현재 수집 중인 것으로 안다”며 “2월 중순 마무리되는 공판 뒤 권시형 전 사무총장의 적극적인 해명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수협회 쇄신의 길 구만리 남았다


사실 선수협회는 아이엔피와 손을 잡을 이유가 없었다. 2007년 1월 정기이사회를 통해 비영리 개념의 사단법인 등록을 추진했지만 다시 방향을 전환한 까닭이다. C씨는 “어차피 궁극적인 목표는 선수노조로의 발전”이라며 “당시 집행부가 일을 추진하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전임 집행부는 왜 자회사라고 주장하는 아이엔피를 설립하고 운영했을까. 야구관계자 D씨는 “이득을 챙기려는 목적이 따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존 설립 취지를 어긋나지 않기 위한 측면이 컸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2001년 1월 첫 발을 내딛은 선수협회의 설립 취지는 선수들의 권익 대변 및 보호였다. D씨는 “게임업체와의 계약 전만 해도 선수협회 자금은 3억 원이 넘지 않았다”며 “따로 사업을 진행해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할 만큼 환경이 열악했다. 아이엔피를 통해 스탯티즈 인수, 피규어 제작 등을 추진한 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C씨는 “새로 바뀐 선수협회가 향후 어떤 대행사와 손을 잡게 될지 궁금하다”며 “최근 몇몇 후배들이 집행부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데는 이를 둘러싼 다양한 소문도 적잖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자금 운영과 관련한 잡음은 처음이 아니다. 권시형 전 사무총장은 앞서 “몇몇 은퇴 선수들이 돈을 불려주겠다며 사무실을 찾아와 선수협회의 자산을 탐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D씨는 “은퇴 선수 E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지원을 부탁했다 거절을 당했다”며 “이를 계기로 전 집행부와 적잖게 마찰을 빚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E씨는 선수협회의 통장을 직접 관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선수협회의 폐쇄적인 운영과 선수, 언론 등의 무관심이다. 박재홍 회장이 지난달 29일 폭로한 전임 집행부의 비리 의혹도 크게 다르지 않다. C씨는 “선수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최근의 내홍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전 집행부들 역시 그간 절차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공개를 꺼렸던 점 등을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최근의 사태는 폐쇄적인 운영이 부른 참극”이라며 “지금이라도 선수, 집행부가 힘을 모아 선수협회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수협회 쇄신의 길 구만리 남았다


박재홍 회장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3일 총회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명한 운영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6개월에 한 번 회계감사를 받을 계획이다. 힘들다면 1년에 한 번씩이라도 꼭 할 것”이라며 “내부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선수협회를 견고하게 만들겠다”라고 공언했다.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박재홍은 최근 방출 위기를 딛고 소속팀 SK와 연봉 2억 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오전에 인천에서 운동을 하고 오후 성남으로 이동해 선수협회 일을 본다”며 “반복되는 패턴을 소화하기가 무척 버겁다”라고 털어놓았다. 선수협회 회장의 규정된 임기는 2년. 하지만 유니폼을 벗을 경우 감투는 자동으로 잃게 된다. 회장직의 기본 자격요건이 현역선수인 까닭이다. 박재홍과 선수협회에 2012년은 이래저래 힘든 해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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