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웹쇼핑 마구 시켜 보복..곳곳서 악질 피해사례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고등학생 A씨는 얼마 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때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일해서 돈을 벌어라'고 면박을 줬던 것이 화근이었다. '두고 보자며' 전화를 끊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A씨 주소로 피자 10판을 배달시켰다. 범죄자가 A씨의 주소, 전화번호, 이름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A씨는 배달원에게 '주문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주머니를 털어 결제를 해야 했다.
4일 보안 업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응을 격(?)하게 했다가 2차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관련 카페에는 면박을 주고 전화를 끊었다가 상대방의 보복에 피해를 겪은 사연들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나 직장을 거론하며 찾아가 복수하겠다는 협박은 물론 인터넷주문을 통해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음식을 주문해 골탕을 먹이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에 속아 넘어가 금융 피해를 입지 않아도 이들과 언쟁을 벌이다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데다 발신번호도 조작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안 업계는 지적했다. '역관광'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역관광'이란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을 이르는 인터넷 신조어다.
이에 따라 관련 게시판에는 '보이스피싱도 공손히 받아야한다'는 푸념까지 올라오고 있다. 보이스피싱 관련 카페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개인정보를 대부분 파악한 상태에서 진행된다"며 "보이스피싱이라는 확신이 있더라도 불필요한 언쟁을 피하고 빨리 전화를 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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