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철도와 같은 교통시설 외에도 상하수도, 공영주택 등은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국가 경제활동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이다. 시설들이 시원찮아서 적기에 물품 수송이 이뤄지지 못하고 선적,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면 생산과 수출의 경제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타격을 준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적기ㆍ적소에 SOC시설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도 경제 활성화와 물류비 절감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재정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SOC재정투자 규모가 2010년에는 GDP 대비 2.3%에 육박했다.
집중적인 투자확대는 IMF 위기 시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견인역할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성과를 일상생활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인천공항 개항, 고속도로 3860㎞,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전국이 실질적인 반일 생활권에 진입하게 된 것은 훌륭한 투자성과 사례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성과로 사회 일각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국가교통시설이 확충됐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일각에서는 SOC투자를 대폭 줄이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2010년 25조1000억원, 올해 24조4000억원이던 SOC예산을 내년에는 22조6000억원으로 줄여 편성하면서 불요불급한 사업은 자제하겠다고 한다. 이 같은 투자에 대한 정부인식의 변화는 일면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구조로 이행함에 따라 세입증가율은 둔화된 반면 교육, 의료 등 사회복지 지출 소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OC투자를 하향 축소한다는 정책기조 전환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복지 확충이라는 SOC투자의 사회적 가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투자되는 SOC는 교통, 상하수도 등을 이용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편익을 되돌려주는 보편적 복지시설이다. 나아가 SOC건설과정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에 일자리 제공이 곧 복지라는 사회적 인식과도 부합된다. 주택을 포함 교통, 도시 등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인 SOC투자와 복지가 서로 대립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둘째, 복지적 관점에서의 SOC투자에 대한 속도조절은 현재 우리나라 여건하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국가교통시설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한 데 비해 우리가 교통시설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4년 교통시설특별회계가 신설된 이후다. 20년도 채 안되는 투자로 이제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있다고 속도조절을 할 단계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통혼잡비용 2.6%, 물류비 17.4%로 외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수출지향적 경제구조를 감안한다면 인프라 확충ㆍ정비를 통한 수송ㆍ물류비 절감으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국토경영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SOC투자를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비대화로 인한 국토 불균형을 개선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세종시 건설,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성장잠재력 확대, 동북아 물류중심지화 등 미래지향적 국토공간 재편전략 등은 적시ㆍ적기의 SOC투자를 필요로 한다.
향후 우리 사회는 사회ㆍ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소득증가와 함께 주 40시간 근무제의 정착으로 인한 여가통행 증가, 고령화 시대의 진입으로 지금보다 양질의 SOC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욕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에서의 삶의 질 향상과 보편적 복지의 확충을 위해서라도 이에 걸맞은 SOC시설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SOC투자규모 축소는 물론 속도조절을 언급할 시기는 아니다.
정일호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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