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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쾌한 남자’ 홍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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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쾌한 남자’ 홍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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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제 색깔을 잃어버린 거 같아요.”

홍철(21·성남)에게 2011년은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소속팀을 분주히 오갔지만 세간의 평가는 냉혹했다. 원인은 한 가지. 본연의 임무인 수비가 불안했다.


지난 1월 이영표(34·밴쿠버)가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나면서 홍철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제2의 이영표’로 기대를 모으며 터키와의 평가전을 통해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데뷔전은 허무했고 또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렵게 재입성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는 1차 레바논전서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주목받지만, 이어진 쿠웨이트 원정에서 수비 허점을 드러내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위의 냉담한 평가에 자신감이 떨어지며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본 임무인 수비와 장기인 공격력 사이에서 딜레마를 안았다. 그가 지난 1년 간 쉼 없이 달려오며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있는 홍철을 만나 솔직한 얘기를 나눠봤다.


[피플+]‘유쾌한 남자’ 홍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인터뷰)


◇ 2011년, 국가대표 홍철의 자화상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임에도 홍철은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뒤꿈치 뼈가 선천적으로 튀어 나와서 최근에 뼈를 깎아 내는 수술을 받았어요. 양쪽 발이 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왼쪽만 먼저 했어요. 잘 먹고 쉬기는 하는데 운동을 못해서 그런지 오히려 살이 빠지는 거 같아요.”


- 올 한 해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소속팀을 모두 겪어 본 소감은.


A대표팀은 영표 형이 나가면서 제 이름이 처음으로 거론됐어요. 지금 그 자리를 확보하면 10년은 할 수 있는 건데 기회를 많이 못 살렸어요. 작년에는 올림픽대표팀 멤버로 아시안게임 때도 잘했고 클럽월드컵에서도 못한 건 아니었는데 A대표팀 들어가면서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터키 평가전은 데뷔전이었고 유럽 선수들하고 경기를 하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어요. 플레이가 엉망이었죠. 끝나고 욕 많이 먹었어요. 감독님이 바뀌어서 대표팀에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직 어리니까 못 들어가도 실망하지는 않을 거에요. 하지만 내년 올림픽에는 꼭 나가고 싶어요. 올림픽대표팀은 수술 후 회복 단계라 합류를 못하지만 2월에 다시 불러 주시면 꼭 나가고 싶습니다.


◇ 뼛속까지 '성남맨'


홍철은 전형적인 ‘성남맨’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시작한 홍철은 5학년 때 성남중앙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이어 성남 일화의 유소년 팀인 풍생중학교와 풍생고를 거치며 두각을 나타낸다. 단국대 1학년 때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홍철은 지난해 우선지명으로 성남 유니폼을 입게 된다.


“중·고등학교 때 포지션은 윙 포워드였어요. 원래 사이드백을 하고 싶었는데 공격 자원이 없다고 안 시켜 주시더라고요. 김치우(상무)형이 학교 선배인데 은사님이 치우 형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풀백이라는 포지션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때부터 풀백을 했으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피플+]‘유쾌한 남자’ 홍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인터뷰)


그는 지난 10월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에게 우승컵을 안기고 싶다”며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까지 줄곧 성남에서 뛰고 있고 있지만 특히 신태용 감독님한테 감사한 게 많아요. 작년 6월에 (장)학영이 형이 군대 가면서 제가 그 포지션에 들어갔어요. 처음 한 두 게임을 너무 못했는데 감독님이 믿고 계속 뛰게 해주시더라고요. 이 자리까지 온 건 신태용 감독님 역할이 정말 커요. 작년에 성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했을 때 저는 올림픽대표로 아시안게임에 나갔어요. 저한테는 올 해 FA컵이 첫 결승전이었는데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피할 수 없는 2년 차 징크스


- A대표팀에서의 부진 때문에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인터넷 보면서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는데 재미있는 분들 많더라고요. 어린 학생들이 욕하는 거 같은데 좀 잡아야겠어요(웃음). 처음에는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계속 보다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제 미니홈피 방명록에 와서 욕을 쓰시는 분도 있는데 가끔 댓글 달아주고 그래요. 어쨌든 관심의 표현이라고 좋게 생각하려고요. 사람들이 제가 수비 못한다고 그러니까 솔직히 부담이 가요. 수비에 신경쓰다보니까 예전만큼 공격을 나가기도 무섭고. 이제 3년차 되면서 느끼지만 축구는 당연히 욕먹는 경기인거 같아요. 팬들이 관심 있으니까 그러시는 거잖아요. 욕먹는 거 신경 쓰지 않고 내년에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려고요.


[피플+]‘유쾌한 남자’ 홍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인터뷰)


◇ 홍철의 진정한 멘토 신태용 감독

홍철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세 명의 감독을 경험했다. 홍철이 말하는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


① 신태용 성남 감독
신태용 감독님은 진짜 선배님 같아요. 잘해주시고 신경도 많이 써 주시죠. 저는 감독님한테 장난도 많이 쳐요. 다른 형들은 그렇게 못하는데 저만 그래요. 감독님도 저를 편하게 대해주시고요. 감독님은 저를 안 때리시면 심심하시대요(웃음). 수첩 들고 있으면 머리도 때리고 얼굴도 한 대씩 치고 지나가세요. 한 번은 감독님 아들한테 페이스북으로 나 좀 괴롭히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했어요(웃음). 신 감독님은 선수들을 믿어주시고 사생활 터치를 안 하세요. 대신 운동장에서 똑바로 안하면 그만한 대가를 받게 하시죠. 게임에서 지면 잘 삐지시고 운동을 힘들게 시키시더라고요. 뭐랄까 꼭 여우같아요.(웃음)


②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
홍명보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자선축구 할 때 TV로 보면 잘 웃으시던데 왜 올림픽대표팀 소집만 하면 그렇게 인상을 쓰시는지... 강압적이신 건 아니고 워낙 표정이 카리스마가 있으시고 눈매가 무섭잖아요. 그러니까 선수들이 무섭게 느끼죠. 홍명보 감독님한테는 아직 장난도 못 쳐봤어요.


③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
조광래 감독님은 국가대표 뽑아주셨다는 게 가장 감사하죠. 그 이상은 특별히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네요. 최근에 안 좋은 일 생기시고 나서 전화 드리고 문자 보냈는데 답이 없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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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철이 뽑은 2011년 축구 3대 뉴스

- 2011년을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이슈를 세 가지만 꼽는다면.


① FA컵 우승
먼저 올 해 FA컵 우승이 기억에 남네요.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결승전에 서 봤고 우승까지 했으니까요.


② 윤빛가람 이적
윤빛가람이 성남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요. 대표팀에서도 계속 같이 생활해서 지겨웠는데(웃음). 저도 최근에 이적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전에 같은 팀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윤빛가람이 그럼 해외에서 같이 뛰자고 그러더라고요. 해외가고 싶다고 자주 그랬는데 해외에서는 인기가 그렇게 좋지 않나 봐요. 성남 오려면 조용히 올 것이지(웃음).


③ “성남이 미친 거 같다”
마지막 이슈는 성남이 돈을 쓰기 시작한다는 거요. 성남이 미친 거 같아요. 입단 후 처음이에요. 중·고등학교때 ‘레알 성남’이란 얘기 많이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까 이건 아닌데 생각했어요. 돈도 안 쓰고 우승해도 다른 팀에 비해 혜택도 없고요. 선수가 한 명 다치면 대체 선수도 없었어요. (한)상운이 형도 그렇고 외국인 선수도 온다고 하고,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걸 보면서 내년이 기대가 돼요.


[피플+]‘유쾌한 남자’ 홍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인터뷰)


◇ 유쾌한 홍철의 새드스토리

-운동하면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축구를 정말 하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중·고등학교 때 가정 형편이 안 좋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잘 사는 집 애들은 축구화도 좋은 거 신고 부모님이 오셔서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했죠. 저는 누구의 힘도 받지 않고 제 스스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빽’도 없고요. 실력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면 좀 그렇지만 어렸을 때 집이 어려워서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허리가 안 좋으세요. 디스크 수술을 세 번 하시면서 일을 못하셨어요. 어머니가 생계를 꾸려 나가셨죠. 언젠가 부모님한테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내가 만약 집이 부유하고 그랬으면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것 같다. 이런 집에 태어나게 돼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요.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부유한 집에서 운동을 많이 시키는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학교 다닐 때 가정환경 때문에 특별한 차별 같은 건 없었어요. 제가 실력이 좋아서 다른 부모님들이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홍철 때문에 이겼다고 칭찬해 주셨죠. 아버지가 가끔 운동장에 오셔서 그런 말씀 들으시고 좋아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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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인생의 롤 모델


- 포지션을 떠나 본인이 닮고 싶은 선수는.


같은 포지션에서는 치우 형이랑 학영이 형이 롤 모델이었어요. 좋아하는 선수는 가레스 베일(토트넘)이요. 시원시원하잖아요. 돌파할 때도 그렇고 파워도 세고요. 따라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작년에는 ‘가리스 홍’이라고 불러주시기도 했는데 지금은 ‘제 2의 이영표’란 말도 없어지고 이도저도 아닌 것이 제 색깔이 없어진 거 같아요.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면서 얻은 결론인데 공격 가담에 대한 주문을 많이 하시니까 공격력으로 어필한다면 수비를 못한다는 지적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왕이면 제대로 된 공격적인 풀백이 되고 싶어요. 공격력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는데 아직은 욕을 많이 먹네요(웃음).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 홍철


- K리그 시상식 때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쓴 거 같은데 축구 이외에 관심 분야는.


나이가 어려서 옷 입는 데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신태용 감독님이 옷을 잘 입으시니까 그런 것도 보고 흉내를 내죠. 머리도 튀는 색으로 염색을 해봤는데 좀 아닌 거 같아서 다시 지웠어요. 제가 노래를 엄청 못 불러서 꼭 배워보고 싶어요. 요즘에는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서 많이 부르는데 친구들이 못한다고 같이 안 가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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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시즌 목표는.


올 해 성남이 정규리그 10위였잖아요. 최악이었죠. 내년에는 피스컵도 있고 AFC챔피언스리그까지 60경기 정도 된다고 해요.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고 싶어요. AFC챔피언스리그랑 정규리그는 꼭 우승하고 싶어요. 감독님이 재계약 하신 만큼 오랫동안 같이 하고 싶고 부모님께서도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3년 차로 접어드는데 국가대표나 올림픽대표 뽑혔다고 거들먹거리지 않고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덧붙여서 내년 성남 유니폼 디자인 좀 예쁘게 바꿔주세요(웃음).


-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이나 장래 희망은.


해외진출은 언어도 배울 수 있고 선진 문화나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나간다고 해도 게임을 뛴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성남에서는 게임을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까 여기서 더 성장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월드컵에는 꼭 나가고 싶어요.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일찍 결혼을 해서 안정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제가 힘들게 자란만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한테 베풀면서 살고 싶어요.


-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예전에 홈경기에 만원 관중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날이 멀지 않은 거 같아요. 집에서 트위터나 인터넷으로 응원해주시는 것 보다 경기장에 오셔서 보내주시는 성원이 힘이 돼요. 경기장에 많이 찾아주셔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참, 그리고 '악플' 남기다 걸리시면 지구 끝까지 쫓아갑니다(웃음).


[피플+]‘유쾌한 남자’ 홍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서(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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