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ED 합병·S-LCD 소니지분 인수 사업 재편 가속도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삼성전자가 부품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발표한 삼성LED 합병은 물론 소니와 새롭게 구축한 전략적 사업동맹 역시 이 같은 작업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DS(Device Solutions)사업총괄을 신설한 뒤 반도체와 분리돼 있던 LCD 사업부를 통합한 데 이어 9월에는 LCD 부분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구조 개선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외에도 최근 완료된 HDD 사업의 씨게이트 양도 등 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재정비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부품과 세트로 사업 부문을 분리한 것은 방화벽 구축은 물론 부품 사업의 본격적인 재편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도래한 전자업계의 격변기가 바탕이 됐다. 전방 산업의 중심축이 모바일 등으로 이동함에 따라 주요 고객사는 이미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또 길어지는 경기 침체로 부품 가격이 추락하면서 일본과 대만 등의 후발업체들은 구조조정과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을 모색 중이다. 삼성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계기로 기존 부품사업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를 통해 살펴보면 부품사업 재편 키워드는 ▲시너지 제고 ▲전략적 유연성 확보 ▲미래 성장동력 확보 ▲과감한 투자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S-LCD의 소니 지분을 인수하게 된 배경에도 다각적인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S-LCD를 통해 8년간 1억대 이상의 패널을 공급받으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LCD 시장의 침체와 구조 변화로 기존의 전략으로는 더 이상의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된 것이 이번 조치다.
이번 전략적 동맹으로 삼성전자는 TV용 패널만 생산하던 S-LCD 라인을 시장 상황에 맞게 노트북이나 모니터용 패널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업 운영의 자유도도 높였다. 또한 전략적 LCD 패널 공급계약을 통해 기존의 협력관계와 같이 LCD 패널에 대한 안정적인 물량 확보도 유지키로 했다. 기술협력 관계도 유지하면서 TV 및 부품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기반도 다시 다졌다.
LCD 업계 관계자는 "LCD 가격 급락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과 소니가 각각 라인, 자금 운영 효율성을 높인 전략적 선택"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삼성 LED 합병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방 산업 시황 악화를 겪던 삼성LED는 최근 돌파구였던 LED 조명 분야마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되며 국내 사업 한계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할 대책으로 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힌다는 전략이 채택된 것이다. 또 반도체와 제조 공정이 유사하다는 점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핵심 부품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너지 역시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병으로 공정 중복의 최소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연구개발(R&D) 및 글로벌 영업망 공유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의 선진 인프라를 활용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기술, 제조 역량과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가 향후 LED 사업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부품 사업 구조 재편의 마무리는 내년께로 예상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합병이 될 전망이다. SMD의 사업 영역은 삼성전자가 맡고 있는 LCD 사업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역시 대형으로 시장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역할 재편과 과감한 투자 및 R&D 등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의 통합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권오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 준 것도 부품 사업의 과감한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며 "불필요한 부분은 정리하고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키워 선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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