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려운 상황에도 최대실적···승진 기쁨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쇄신보다 수성을 택했다' 올해 석유화학 분야의 인사를 관통한 철학이다. 특히 석화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거나 승진의 기쁨을 누렸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연초 중동 정세불안을 시작으로 일본지진, 중국긴축, 유럽 재정위기까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이들은 사상 최대 실적으로 화답했다.
한화그룹은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을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신용과 의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홍 부회장의 역할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를 상당부분 인정할 수 있다. 홍 부회장은 한화케미칼은 물론 지난해 중국에서 인수한 한화솔라원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이에 올 한 해 바쁘게 한·중을 오가는 셔틀경영을 펼쳐왔다.
특히 그룹이 차세대 사업으로 기대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총괄 진두지휘하는 만큼 그에 맞는 역할을 받았다는 시각이다.
GS칼텍스도 올해 2명의 부회장을 새롭게 선임했다. 허진수 정유영업본부장(경영지원본부장 겸임)과 나완배 GS에너지 대표다. 2006년에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했던 이들은 약 5년 만에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올해 각각 석유화학과 정유영업 분야에서 GS칼텍스의 실적을 이끌었다. 허창수 GS 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허 부회장은 외부활동보다는 회사 경영에 매진,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정유사 최초로 수출액 200억달러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수출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지속적인 고도화 시설 투자를 큰 문제없이 완성하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나 부회장도 열흘 뒤 설립되는 GS에너지를 이끌어 그룹 내 에너지 사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확립하는 역할을 도맡게 됐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김반석 부회장은 올해로 4년째 자리를 지키게 됐다. 신사업인 전지사업을 권영수 사장에서 넘겼지만 대신 석유화학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호남석유화학 대표인 정범식 사장도 내년 초 예정된 롯데그룹 인사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연임이 예상되고 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확실할 정도로 호남석유화학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한국석유화학협회 협회장으로서 업계 리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그룹들이 석유화학 같은 전문분야에 대해서 파격적인 인사를 꺼리는 영향도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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