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시범 실시 한달 금천구 아파트 가보니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2800세대가 살고 있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벽산 5단지는 지난 달 개별 배출자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RFID 방식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다. 지난 22일 이곳을 찾아 지난 1개월간의 종량제 시범시행 성과에 대해 들어봤다.
성과는 뚜렷했다. 배출량이 제도 시행 전 세대별 0.76kg에서 0.54kg로 줄어든 것이다. 무려 28.9%나 감량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성과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 강씨를 만나 종량제 시범 실시로 인한 지난 한 달 간의 변화를 들어봤다. 508동에 사는 주부 강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산다. 규모는 대가족이지만 냉장고 안은 간소했다. 바로 주부 강씨의 장보기 습관 때문이다. '낭비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생활한다는 강씨가 말하는 평범한 일상은 '특별'한 것들이다.
◆식재료 구입단계에서 사전 저감= 강씨는 마트에 가기 전에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를 먼저 확인한다. 현재 보관하고 있는 식재료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하여 구매계획을 세우기 위함이다. 새로 구입할 식재료도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하여 구매계획을 짠 후 마트를 찾는다. 마트에서 배추 등 농식품 재료를 구매할 때는 가급적 1차 손질된 반가공 제품을 구매한다. 손질된 식재료는 보관과 조리가 편리하고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추나 양배추 등 전처리 쓰레기량이 많은 식재료는 가급적 다듬어진 상품을 고른다. 최근 정부가 소량유통과 낱개판매를 권장하고 있어 1kg 미만의 소포장 제품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강씨도 버려질 것을 염두해 두고 구매한다.
◆식재료는 구입 후 바로 손질=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주부 강씨는 구입한 식재료를 냉장고에 바로 넣지 않고 바로 손질한다. 구입한 식재료를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두면 봉투에 물이 고여 채소는 무르고 과일은 서로 부딪혀 빨리 상하게 된다. 식재료를 구매 후 바로 손질하면 쓰레기가 줄어들고 조리시 재료 다듬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냉장보관 시에도 여러 번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식재료는 잘 손질해 한 끼 분량씩 나누어 보관한다. 굴이나 냉동연어 등 한꺼번에 많은 양을 구매한 강씨는 식사 준비시 인원수만큼 꺼내 조리할 수 있도록 작은 비닐팩에 나누어 보관한다.
◆냉장고 식품 목록표 작성= 아무리 계획적으로 구매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 그대로 버려지기 십상이다. 강씨는 투명용기를 사용하여 내용물이 확인 가능하도록 보관한다. 또 냉장고 문에 품목을 적어 관리하고 있다. 또 반찬을 일일이 하나씩 꺼내다 보면 미처 먹지 못해 버려지는 경우가 있어 식사할 때 주로 먹는 반찬들을 바구니나 쟁반에 함께 모아 보관해 버려지는 반찬을 줄인다.
◆온 가족이 습관 실천= 강씨 혼자 이런 노력을 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 아이들과 남편도 함께 한다. 강씨네 가족은 최근 과일껍질은 모두 말려 배출하기 시작했다. 무게에 비례해 비용이 부과되기 때문에 가능한 적은 양을 배출하기 위해서다. 음식물 쓰레기는 특히 수분만 줄여도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배출량에 따라 처리비용 차등두기= 이 아파트는 그동안 음식물 수거 수수료로 월정액 1300원을 부과했다. 누가 얼마를 버리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에 많이 버리는 세대와 적게 버리는 세대가 모두 같은 비용의 요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배출자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파악돼 개별 배출자에게 버린 만큼의 비용이 청구된다. '508동 1302호가 2011년 12월 22일 13시에 250g 배출'이라는 정보가 CDMA 전산망을 통해 중앙서버로 전송된다. 실시간으로 기록된 이 배출정보는 버린 양에 비례해 매월 사용자에게 청구된다.
아파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배출 수수료가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저감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식물 쓰레기도 일반 쓰레기처럼 배출량에 따라 처리 비용에 차등을 두면서 쓰레기 감량에 대한 주민인식이 높아진 것 같다"며 "보통 하루에 5통씩 수거해 가던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이 4통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