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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유비' 현대차는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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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빅2 부회장단 '삼국지 인재 운용 전략'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최일권 기자]향후 자신의 후대까지 책임질 제갈량을 모시기 위한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 당대 최고의 지략가인 순욱을 얻기 위한 조조의 삼방순욱(三房荀彧). 중국 삼국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주인공들의 최측근 용인술은 18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업의 인재중시 경영의 초석이 되고 있다. 책사(策士)나 모사(謀士)로 불리는 이들은 재계 그룹의 직책에 비유하면 부회장이다.


업종은 다르지만 한국 경제의 양대 축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책사를 어떻게 선발해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는 재계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관심사다.

삼성과 현대차의 부회장단 운용 전략은 세계 일류 기업을 육성한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용인술의 핵이자 창업주 시대부터 고스란히 전수된 그룹의 인재경영 비법인 만큼 차별화돼 있다. 두 그룹의 부회장단에 오르는 데는 학벌이나 배경이 중요하지 않고 성과와 전문성, 헌신만이 주요 판단 잣대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호 장점을 배우려는 시도도 이뤄져 더욱 흥미롭다. <편집자 주>


삼성그룹은 5명으로 구성된 부회장단을 두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부회장단 11명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은 작년 매출 209조원으로 전체 제조업 매출 중 11.4%를 차지하고, 현대차는 6.7%(124조원)를 점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비대칭적 구조다.

삼성 부회장단은 소수 정예 참모진으로 그룹 정점에 있는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부회장단 구성을 보면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김순택 실장을 꼭짓점으로 전자 계열사들을 꿰뚫고 있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 '테크노 최고경영자(CEO)'로 중국 본사까지 담당했던 강호문 부회장 등 전자 전문가가 4명에 달한다. 주력 계열사를 통해 그룹 전체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브레인'을 이건희 회장은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무통이지만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삼성물산의 글로벌 성장기반을 다진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이 올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 대열에 올랐다.


특히 김 실장은 1972년 입사해 부회장 중 가장 높은 연차이기도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소신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데다 이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빠르게 혁신해 나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맡게 됐다. 통찰력과 겸손함을 함께 갖춘 지장과 덕장, 용장의 장점을 골고루 지니고 있다는 것이 그룹 내·외부의 평가다.


현대차는 직능별로 11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과 차이를 보인다. 기획조정 담당 김용환 부회장을 비롯해 중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설영흥 부회장, 노무총괄 윤여철 부회장, 품질총괄 신종운 부회장 등 직능별로 자동차에만 9명이 있고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등 계열사에까지 부회장이 포진해 있지만 '전체를 컨트롤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인사를 꼽기는 쉽지 않다.


소수 정예의 삼성 부회장단과 방대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현대차 부회장단의 운용 차별성은 '조조'와 '유비'의 용인술에 비유된다.


"내가 천하를 배신할 수는 있어도 천하가 조조를 배신할 수는 없다"는 조조의 말대로 정몽구 회장은 철저하게 본인의 경영의지를 뒤쫓아 보좌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 파트별로 본인의 전문 분야를 관리하되 철저히 책임을 지우는 스타일이다.


해외 A공장장이 정 회장 앞에서 신차의 보닛을 제대로 열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반면 미국 포드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은 2004년에야 현대차에 이사로 합류했지만 쏘나타 및 K5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점을 인정받아 올 4월 부회장 반열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의 부회장단 용인술은 유비의 '감성 리더십'에 종종 비유된다. 유비가 제갈량, 관우, 장비, 조자룡과 한평생을 함께하며 아랫사람을 끝까지 신뢰한 것같이 삼성에서 부회장에 오른다는 것은 눈을 감을 때까지 삼성과 인연의 끈을 맺음을 의미한다.


두 그룹의 전체 부회장단 운용 방법에는 공통점도 있다. 학벌과 출신 등에 관계없이 철저히 능력 중심이라는 원칙이다.


삼성 부회장 5명 중 서울대 출신은 최지성, 권오현, 강호문 부회장 등 3명이다. 그룹 서열 1위 부회장인 김순택 실장은 경북대를 졸업했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도 동국대 출신으로 학벌은 승진의 배경이 되지 않는다.


현대차에도 서울대를 졸업한 이형근 부회장이 있기는 하지만 출신 학교로는 동국대, 연세대, 한국항공대, 고려대, 충남대, 한양대에다 외국대학 출신까지 폭넓게 포진돼 있다.


삼성과 현대차에서 부회장 승진은 그야말로 '성과'에 100% 기반을 두고 있다.


김순택 실장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사업화에 성공함은 물론이고 20년 가까이 경영지도팀, 비서팀, 경영관리팀 등 그룹 비서실에서 이 회장을 보좌하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업무수행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지성 부회장은 발군의 영업력으로 반도체와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분야를 글로벌 초일류 수준으로 도약시키는 데 기여했고, 권오현 부회장은 정통 공학기술자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기술적 수준을 세계 톱으로 끌어올렸다. 강호문 부회장은 '아시아 최고 CEO'로 선정될 만큼 기술과 마케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정연주 부회장의 경우 삼성물산 해외 수주액을 2009년 이후 2배 이상 키우는 등 글로벌 성장기반을 구축했다.


현대차 부회장단에서 외부 영입파 가운데 눈에 띄는 인사는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부회장. 그는 정통 현대차맨이 아니다. 1994년 현대정공 중국사업총괄 고문으로 입사해 폭넓은 인맥으로 대중국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며 부회장 대열에 올랐다.


내부 발탁 인사 중 신종운 부회장은 1978년 현대차에 입사한 후 품질담당 외길을 달려 2005년 품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로템 업무보고에서 "고속전철의 품질을 현대차처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말로 그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정대 부회장은 고위 임원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현대정공 출신으로 재경 전문가이고, 윤여철 부회장은 운영 및 경영 지원 등을 맡으면서 매년 반복되던 파업의 사슬을 끊고 무분규 기업으로 재탄생시킨 노무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김용환 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영업본부장을 두루 거친 해외영업통으로 정평이 났다.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 지원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으며 기획력을 인정받아 기획담당 사장을 맡았고 이후 기획조정실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정 회장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복심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대차의 경우 물러난 후 재발탁된 사례도 있다.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은 지난해 말 고문이 되면서 사실상 퇴임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다시 부회장으로 중용되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가급적 품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혀 부회장이 다른 그룹에 비해 많은 것을 정 회장의 '인간적 정리(情理)'의 한 부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삼성은 '유비' 현대차는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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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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