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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의 상사 ‘소통점수’평가가 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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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엄이도종(掩耳盜鐘).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종을 훔치러 들어온 도둑이 종이 너무 커 쪼개려 하다 소리가 너무 클까 봐 자기 귀를 막았다는 춘추시대 일화에서 유래했다. 중국 진나라 때의 사론서(史論書)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정리하는 김에 최근 10년간 선정됐던 사자성어를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2001년엔 오리무중(五里霧中),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시비를 가리지 않고 내 편, 네 편을 갈라 무조건 배격함),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불이 위에 놓이고 못이 아래에 놓인 모습으로 분열한 상황 의미),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 즉, 어떤 일의 조건은 모두 갖추었으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음), 2007년엔 집단적 도덕 불감증을 빗댄 자기기인(自欺欺人)이, 2008년엔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는 뜻의 호질기의(護疾忌醫)가.

2009년엔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일을 비유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2010년엔 머리는 숨겼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기려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가 이미 드러나 보인다는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해마다 다르게 선정되었으나 크게는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상황 vs 소통 문제다. 오리무중, 우왕좌왕, 밀운불우 등은 전자로서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시국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당동벌이, 자기기인, 호질기의, 방기곡경, 장두노미, 엄이도종은 기본적으로 의견충돌, 기만 등 소통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자기 귀를 막아가면서도 억지로, 거짓으로 고집을 부려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는 외통수만 부리는 것을 풍자하는 사자성어들이다.

소통이 이렇게 해마다 문제가 되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내 탓이 아닌 네 탓,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로 여기는 주어 실종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혹시 여러분은 소통이나 불통하면 정치권을 떠올리며 지탄할 준비부터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지만 작은 조직에서도 구성원과 리더를 각각 인터뷰해보면 그 소통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리더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리더십, 소통 점수가 10점 만점에 8점이라면 구성원들은 4점도 아깝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코미디에서 풍자되는 상사들의 독단적 모습을 보고 부하들은 ‘바로 우리 상사’라고 속시원해하며 깔깔거리는데도 상사들은 자신의 문제인 줄 모르고 같이 웃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 빚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하들이 평하는 대부분 상사의 소통 점수는 상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효과적이며, 폐쇄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막연히 나는 잘 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엄이도종의 경우일 수 있다.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리더들은 자신들의 귀를 열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지시 후 자신이 지시한 바와 기대하는 바에 대해 부하와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보라. 그리고 구성원과 실제로 얼마나 대화다운 대화를 했는지 월별 횟수와 시간 비중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확인해보라. 엄이도종(掩耳盜鐘)이란 사자성어가 ‘There & They’의 이야기로 웃을 일만은 아닐 수 있다.


부하들의 상사 ‘소통점수’평가가 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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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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