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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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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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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지적이며 치명적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나 예상할 수 없고 신비한 그러나 솔직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 본인이 어떤 남자라고 생각 하냐는 질문에 장근석이 내놓은 이 답은 그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보여준다. 스스로를 ‘아시아 프린스’라 칭하는 연예인. 팬들을 ‘장어’라 부르며 자신을 왕자로 칭송하길 명하는 스타. 김수현, 유아인 등 또래의 배우들에게 서슴없이 경쟁의식을 드러내는 배우. 장근석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유일무이한 존재다. 겸손과 겸양이 미덕으로 통용되는 이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직선주행 하듯 대중에게 전하는 자신만만한 스물다섯. 그런 장근석이 없었다면 <너는 펫>이라는 영화는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원작의 미덕을 거의 살리지 못했지만 오로지 장근석이라는 신인류를 보여주는 데는 손색없는 선물세트다. 웬만한 남자배우라면 엄두도 못 낼 만큼의 애교와 춤, 노래까지 그의 아시아 투어 팬 미팅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레퍼토리로 꽉 찬 영화에서 장근석은 사랑받기위해 존재하는 펫 그 자체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장근석은 20년 경력의 직업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그는 한없이 4차원에 가깝다가도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에는 누구보다 냉철하다. “작품 속의 캐릭터는 온전히 캐릭터로 존재하는 거예요. 물론 장근석이 무한대로 첨가된 <너는 펫>은 예외죠. 캐릭터는 캐릭터, 장근석은 장근석으로 존재하는 건데 최근 장근석이 붐업 된 건 저도 많이 느껴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 만족하고 이 정도면 됐어 라고 할 수 없는 게 장근석은 배우로서 큰 인정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죠. 단 한 번도! ‘무릎 팍 도사’ 이후로 장근석이라는 캐릭터는 인기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작품으로서 인정을 받는 게 배우의 삶이지 않을까 싶어요.”


장근석은 더 이상 그가 아역배우가 아님을 세상에 알린 드라마 <황진이>부터 배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쾌도 홍길동>과 김명민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덤볐던 <베토벤 바이러스>를 지나 현재, 배용준의 뒤를 이을 한류스타로 평가받는 자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거품처럼 사그라질 인기”를 믿지 않고, 매일 스스로에게 “너 진짜 후회하지 않게 살았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히 납득이 갔고, 가볍다고 생각했지만 매우 진지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를 떠올리면 뒤따라오던 잔상들이 희미해진 와중에 그가 고른 영화들은 더욱 의외였다. ‘아시아 프린스’를 넘어 ‘월드 프린스’를 꿈꾸는 장근석이 관객에게 추천하는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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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1. <노팅 힐> (Notting Hill)
1999년 | 로저 미첼

“한국의 남자배우들 중에서 휴 그랜트 같은 분위기를 내는 배우가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마초적인 성향의 배우들을 남자답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다각적인, 입체적인 남자가 더 재밌는 거 같아요. 근육질의 남자도 있을 수 있고, 목소리가 부드러운 남자가 더 남성적일 수도 있고요. 휴 그랜트는 그런 면에서 그만의 남성미를 가지고 있는 배우죠.”

서점을 운영하며 조용하게 살고 있는 윌리엄(휴 그랜트)은 가게를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 안나(줄리아 로버츠)와 우연한 사건들로 자꾸 얽히게 된다.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 하며 스타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안나의 본 모습을 보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둘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기자회견장의 극적인 프러포즈와 함께 마지막 해피엔딩 장면까지.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가져야 할 덕목을 모두 갖추었다. 귓가를 간질이던 O.S.T. ‘She’가 영화의 여운을 더욱 진하게 한다.


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2. <애니 홀> (Annie Hall)
1977년 | 우디 알렌

“우디 알렌을 좋아해요. <애니 홀>은 오래 전 영화인데 어떻게 봤냐구요? 학교에서 현대영화의 모더니즘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보게 되었어요. 우디 알렌 특유의 발상의 전환이 인상적이었어요. 카메라를 보면서 이야기한다든지 하는 시도가 재미있었어요.”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땐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관계가 식기 시작하면 또다시 걷잡을 수 없이 서로를 등지게 된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이 불만이고, 시비로 번져간다. 그럼에도 또 다시 사랑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애니 홀>에 있다. 제 5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수상.


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3.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1966년 | 끌로드 를르슈

“<남과 여>는 음악도 너무 좋아서 DVD도 가지고 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는데 요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회자되는 것 같아요. 해변에서 아이들과 남자와 여자가 산책하는 장면을 망원렌즈로 찍은 것이나 카레이서인 남자가 여자 집 앞에 차를 몰고 와서 ‘빵빵빵’ 경적을 울리고 라이트를 켜는 장면이 참 낭만적이었어요.”


영화는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대화를 나누는 남녀의 모습과 손을 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작은 동작만으로도 사랑의 떨림을 고스란히 포착해냈다. 흑백과 컬러, 교차편집과 플래시백을 넘나드는 새로운 화면은 남과 여의 ‘일요일의 만남’을 한 장면, 한 장면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고 싶을 만큼 멋지게 만들었다. 그 결과 그 해의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멜로 영화를 넘어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4.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1994년 | 왕가위

“<중경삼림>은 20세기 영화 중에서 콘트라스트나 미장센을 가지고 가장 장난을 많이 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현재 영화학도들에게도 여전히 화제가 될 정도니까요. 저도 배우는 입장에서 찾아봤는데 사실 그 쪽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머리만 아프고. (웃음) 하지만 양조위가 모자를 벗으면서 가게에 들어올 때의 눈빛은 잊을 수가 없어요. 아, 그 장면에서 양조위는 너무 멋졌어요.”


<중경삼림>의 인물들은 사랑을 하고 있되 사랑을 가지진 못했다. 헤어진 연인과의 시간 속에서 여전히 머물거나 실연 후에도 여전히 그 사랑뿐이다. 그래서 사랑을 하고 있지만 더욱 외로운 이들의 어지러운 마음은 왕가위 감독의 휘청거리는 카메라 안에서 요동친다.


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5.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년 | 김지운

“<달콤한 인생>에는 남자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있어요. 복수도 있고, 사랑도 있고, 액션도 있고, 약간의 첩보물적인 요소도 있구요. 이 영화의 미장센이 참 좋았어요. 특히 이병헌 선배의 눈빛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너무 멋있고 많이 닮고 싶어요.”


남자도 우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달콤한 인생>의 선우(이병헌)는 그 자체로 수컷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진창에서 뒹굴 때조차 잃지 않았던 도도함에 거리에서 혼자 어묵을 먹는 굽은 어깨를 배치해둔 영화는 잘빠진 수트나 에스프레소로 간단히 압축해버릴 수 없는 남자를 만들었다. 그래서 순간순간 감정에 흔들리는 선우의 불안함은 허공에 흩어지지 않고, 치장된 허상이 아닌 ‘사람’을 그려내는데 모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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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내겐 너무 완벽한 영화들

수면 시간을 하루 세 시간으로 줄이면서 찍고 있는 드라마 <사랑비>는 장근석에게 영광을 안겨 준 한류스타 타이틀을 더욱 빛내기 위한 훈장처럼 보인다. <겨울 연가>로 한류를 열었던 윤석호 감독의 작품인 동시에 소녀시대 윤아가 여주인공인 한류 드라마. 이쯤 되면 장근석은 한류스타라는 뻔한 답안지를 쓰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 때 그가 내놓은 반전. 어쩐지 좀비가 된 장근석도, 감독이 된 장근석도 분명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모습일 것 같다.


“누가 봐도 뻔하게 잘 될 것 같은 건 재미없어요. 늘 직진으로만 가야만 할까? 돌아가는 것도 좀 재미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재미있는 길을 걷고 싶어요. 대중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품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게 재미있구요. 장근석이 가는 길이 신기하네? 다음에는 어떤 길을 갈까? 라고 궁금해 할 때 <너는 펫> 같이 내가 제일 잘 할 것 같은 걸 보여주는 거죠. 내년에는 좀비나 살인자가 될지도 모르고. 뭐든 한 가지 이미지로 가는 것보다 익사이팅 하게 가고 싶어요. 졸업 작품으로 단편영화도 준비 중인데 저의 자전적 이야기에요. 제 인생관이 담기고 제가 찍고 저만 나와요. 반응 보고 괜찮으면 유튜브로 올리고 또 괜찮으면 기자시사도 해야죠. (웃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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