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참석해 ECB가 유로존 국채 매입을 확대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1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법적인 설립 근거에 따라 ECB는 유로존 국채 매입을 확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연합(EU) 조약은 가격 안정을 보장하는 것에 특별하다"며 ECB의 최우선 과제는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임을 강조했다. 유로존 국채 매입 규모 확대는 인플레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만큼 ECB의 설립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EU 조약은 통화정책을 통한 자금 지원(monetary financing)을 금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조약의 범위 내에서 행동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우리 조직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뢰도를 잃는 것은 어떤 좋은 것도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유로존 국채 매수는 영원할 수도 무제한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최근 3년 만기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ECB의 새로운 조치들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비전통적 조치들을 통해 은행들은 보다 만기를 길게 하면서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가계와 기업에도 계속 대출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현재 상당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특히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신용경색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 시장은 내년에 상당한 압력을 받겠지만 전례가 없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성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장 긴장이 계속해서 경제성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경제가 매우 느린 속도나마 회복되겠지만 여전히 경기 전망에 대한 상당한 하강 위험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긴축안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경기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논쟁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경기 위축을 면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뢰 회복을 위해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몇몇 국가들에서 긴축과 관련해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EU 정상회의에서 마련된 새로운 재정협약에 대해서는 건전한 재정 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돌파구였다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아울러 유로존의 미래 발전에 대한 분명한 궤도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유로에 대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만큼 영원할 것이라며 유로는 강해질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엇이 신용평가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신용평가사는 시장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만큼 적절한 평가 방식을 이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