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빚은 죽음을 부른다. 그리스의 자살률이 지난 일년 사이 40% 나 증가해, 유럽 국가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경제난을 자살률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지는 그리스 보건부의 자료를 인용, 그리스 국민들의 올 1-5월까지의 자살률이 작년 동기 대비 40%가 늘었다고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그리스의 자살률은 불과 3년전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인구 10만명당 2.8명 수준이었다. 지금은 그 두배가 넘는다.
국교인 그리스 정교회가 자살자에 대해서는 장례식을 치뤄주지 않는 등 전통적으로 자살을 금기시하는 그리스 사회에서 자살자가 이처럼 폭증하는 것은 부채 위기에 따른 경제난 때문이다.
자살예방 핫라인의 심리치료사인 엘레니 베이카리는 "자살을 고민하는 상담에는 거의 대부분 빚, 실업, 해고의 공포가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 위기 전에는 하루 10통 정도 상담을 했지만, 지금은 100통이 넘는다면서 "30대에서 50대 사이의 여성들과, 40-45세 사이의 남자들이 경제적 문제로 가장 절망하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부채와 더불어 빈곤도 깊어져, 실업률은 18%에 달하고(25-40세 사이의 실업률은 42%), 범죄가 폭주하고 있으며, 수도 아테네에만 홈리스가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디언지는 경제난에 따른 곤궁이 개인의 심리 상태와 가족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죽음으로 문턱으로 나아간다고 그리스의 현재를 전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IMF 구제금융 직후의 한국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자신들의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체제가 아무의 책임도 묻지않고 그대로 온존되는 것도 동일하다.
"경비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카드놀이를 계속할 뿐이다"(장 아누이, 안티고네 중에서)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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