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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너무 늙은이처럼 살았기 때문에 이제 철딱서니로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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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너무 늙은이처럼 살았기 때문에 이제 철딱서니로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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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점을 빼서 우는 연기가 힘들어졌다고 엄살을 부리고, 앞으로 멜로 영화에서 울 때는 군대에 다시 가는 상상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루 종일 계속된 인터뷰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조승우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대답을 내놓았다. 게다가 테이블 위에 드러눕는 몸개그도 불사하는 그의 모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영화와 뮤지컬을 빼고 나면 ‘0’이 남는 셈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조승우는 연기라는 수도복을 입은 경건한 수사 같았다. “초연 때부터 늘 만원사례”를 이룬 뮤지컬계의 티켓파워 1인자로서 관객들에게 가지는 책임감을 토로하거나, 야구단에 가입할 정도로 영화를 위해 철저히 야구선수가 되고자 했던 시간을 얘기할 때 그는 예의 그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잘 까부는” 개그본능을 밝히고 “애늙은이”를 벗어나 “철딱서니”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수도원을 박차고 속세로 내려온 동지를 만난 것처럼 그와의 거리가 한 뼘 쯤은 좁혀지는 것 같았다. <퍼펙트 게임>에서 1987년 그 날의 ‘퍼펙트 게임’보다 더 퍼펙트한 순간을 만들어낸 조승우와의 인터뷰다.

<#10_QMARK#> 힘들어 보인다. 마운드에서 15회 ‘퍼펙트 게임’을 마치고 내려 온 최동원 투수처럼.
조승우
: 죽을 것 같다.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영화 찍을 때 보다 더 힘들다. <지킬 앤 하이드>랑 <말아톤>에 이어서 동시에 영화랑 뮤지컬을 하다 보니까. 아침 10시부터 인터뷰 중인데 계속 한 말 또 하다 보니까 맨 처음에 했던 말이 나중에는 바뀐다. (웃음)


<#10_QMARK#> 그래도 영화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고, 촬영할 때부터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 있다.
조승우
: 보통 내 입으로 “이 영화 잘 나올 같아. 잘 되고 있고, 잘 찍혔어”라고 하는 건 두 가지 이유다. 진짜 잘 찍혔거나 잘 찍히길 바라는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할까? 주문을 거는 거다. <퍼펙트 게임> 같은 경우는 특수 장비들도 쓰고, 시나리오가 탄탄했기 때문에 감동도 있고, 야구영화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만한 작품이 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은 시속 104킬로 정도 던진다”


조승우 “너무 늙은이처럼 살았기 때문에 이제 철딱서니로 살 거다”

<#10_QMARK#>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만들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어떻던가.
조승우
: 기자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기분이 엄청 다운됐다. 웃을 수도 없고,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될지 몰라서 멍해있었다. 너무나도 좋아하고 일상이 돼 버린 작품이라 5-6개월 공연한 뮤지컬 작품의 마지막 공연을 끝낸 느낌이랑 비슷하더라. 정말 이걸 떠나보내야 하는 건가, 이제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이제 나는 얘를 잊어야 하는 건가 이런 심정이었다.


<#10_QMARK#> 영화를 본 고 최동원 감독의 가족들도 투구 폼이 최 감독의 선수시절과 비슷하다고 감탄할 정도였는데 훈련 과정은 어땠나.
조승우
: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캐치볼도 자주 하고, 투수도 해 봤고. 학교에서도 공은 늘 빨랐는데 제구력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하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진짜 사회인 투수로 거듭나리라 다짐했다. 그런 부푼 꿈을 갖고 첫 연습에 합류를 했는데, 하체운동만 시키더라. 투수는 하체가 중요하다고 너무 시켜서 울 뻔했다. 그리고 공은 절대 던지지도 못하게 하고 수건 하나 감아주더니 셰도우 모션 하라고 하셔서 그것만 하루에 백 번씩 했다. 코치님 막 째려보면서 공 언제 던지냐고 하고. 공을 던지게 되면서도 조금씩 약을 올리면서 가르쳐주셨다. 하체가 틀어지면 셰도우 모션 다시, 하체운동 다시, 이런 식이라 솔직히 짜증이 나기도 했다. (웃음)


<#10_QMARK#> 극 중에서 라이벌인 선동열을 연기한 양동근과 함께 훈련을 받았을 텐데, 라이벌 의식이 생기진 않던가.
조승우
: 일단 동근이는 춤도 많이 췄고 체격도 있고 기본적인 체력 훈련이 되게 많이 돼있는 상태였다. 몸도 다부지고 유연성도 있고. 하지만 그 친구는 공을 한 번도 던져 본 적이 없고, 나는 기초 체력은 부족하지만 공은 좀 던져봤기 때문에 장, 단점이 달랐다. 훈련 하다보니까 지금은 시속 104킬로 정도 던진다. 커브랑 반 포크, 싱커도 가능하다. 이제 공 던지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30퍼센트 정도 된다. 10개 던지면 3개 정도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간다. (웃음)


<#10_QMARK#> 그럼 사회인 야구에서 던지면 상대 타자들에게도 꽤 위협적인 존재겠다.
조승우
: 정식 게임에 뒤늦게 합류해서 세 게임 정도 나갔는데, 아직까지는 1승 투수가 아니고 2패다. 2패에 피홈런 하나, 데드볼 하나 그리고 안타 무지하게 맞았고. (웃음) 삼진은 연습게임까지 하면 열 몇 개 잡았다.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공이 포수 글러브에 꽂힐 때 나는 소리를 되게 좋아한다. 그립을 제대로 잡고 공을 조금이라도 던진 사람은 자기 귀에 자기 공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쉬이이익-’ 진짜 센 사람들은 ‘슈-욱’ 이렇게 나는데 그게 투수들한테는 그렇게 짜릿하다고 한다. 그걸로 저 사람 공이 빠른지 느린지 판단을 하는 거다. 내가 던졌을 때 그 소리가 나면 아, 쾌감이 있다.


<#10_QMARK#> 야구를 좋아하는 배우들이 만든 연예인 야구단도 있는데 사회인 야구단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조승우
: 나는 아웃사이더니까. (웃음) 친한 연예인이 별로 없다. 사회인 야구단 하면 재밌다. 청계산에서 음식점하는 형도 있고, 동대문에서 옷 떼어다 파는 형도 있고, 전화기 파는 분들도 계시고. 너무 재밌다. 일요일마다 교회 갔다가 야구하러 2주에 한 번은 꼭 간다. 뮤지컬 <조로>가 끝나면 야구만 할 거다.


“무대는 내가 서 있는 최전방이다”


조승우 “너무 늙은이처럼 살았기 때문에 이제 철딱서니로 살 거다”

<#10_QMARK#> 그렇게 야구에 푹 빠질 정도로 영화가 끼친 영향이 큰데, 최동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감정 또한 남다르겠다.
조승우
: 영화를 찍기 전에는 사실 성함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보다보니까 정말 인간적인 분이시더라. 영화 내에서는 최동원이라는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편집되다보니 좀 아쉬웠다. OB 베어스 타자한테 홈런을 맞아 놓고 다시 붙었을 때 그 홈런 맞았던 코스로 공을 또 던졌다. “쳤어? 그래 이번에도 칠 테면 쳐봐.” 보통은 다르게 다른 공을 던져서 잡는데 “어, 당신 이거 쳤어? 그럼 이번에도 이거 쳐봐”하고 던지는 그런 배짱!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는 포커페이스를 하면서 끝까지 인내하면서 자기 할 몫을 해내지만 유니폼을 벗었을 때는 자유분방하고 쾌활하고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한 모습들이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조금이라도 담겼으면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연기자의 욕심이 있었다.


<#10_QMARK#>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20승을 일궈낸 에이스 투수 최동원처럼 조승우 또한 초연부터 지금까지 늘 티켓전쟁을 불러일으키는 뮤지컬계의 에이스다. 한 작품을 책임져야하는 배우로서 팀을 이끄는 최동원의 외로움이 어떻게 다가오던가.
조승우
: 투수가 선수들과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느냐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내가 앙상블들과 얼마만큼 좋은 에너지를 내느냐가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 그래서 마운드가 최전방인 것처럼 무대는 내가 서 있는 최전방이다. 그 위에서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투수를 바라보는 선수들이나 관중들, 덕아웃, 카메라, 심판, 기록원처럼 나 역시도 무대에 섰을 때는 조명도 음향도, 무대감독도, 앙상블도, 관객들도 나만 보고 있다. 비슷한 거 같다. 몸이 아파도 성대 결절이 나도 티켓전쟁을 치루고 어렵게 온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공연을 못할 수가 없다. 이런 중압감 그리고 난 이들에게 적어도 최고의 공연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노력은 해야 된다는 그런 의지. 오만가지 생각들이 뿌리를 내리다 보면 고독할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다. 그게 투수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


<#10_QMARK#> 제대를 하고 나서 아직 개봉 전인 <복숭아 나무>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영화 컴백작이다. 군대 가기 전과 변한 게 있나.
조승우
: 군대 가기 전까지 작품 패턴이 영화 한 편, 뮤지컬 한 편이었다. 일 년에 할당되는 시간이 그 정도 밖에 없었다. 근데 제대하고 나서 올 한해 네 작품을 했다. 연기 인생에 있어 다작인데 너무 좋은 거다. <지킬 앤 하이드>로 시작해서 <복숭아 나무>도 찍고 <퍼펙트 게임> 찍고, 지금 <조로>하고 있는데 몸은 지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좋다. 요즘 들어 입버릇처럼 “아, 진짜 행복하구나” 할 정도로. 일 하는 현장이 너무 재밌다. 그리고 더 재밌는 건 제대하고 나서 목격하는 신기한 광경들이다. (웃음) 영화 현장을 가도, 뮤지컬 연습실에 가도 다들 “선배님, 선배님” 이러더라. <복숭아 나무> 현장에 갔는데 “선배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러길래 에이, 이건 구혜선 감독님 영화 촬영현장이래서 그랬나보지 하다가 <퍼펙트 게임> 현장에 갔는데 조감독님까지도 “선배님, 이쪽으로 대기하시겠습니다” 이러는 거다. 벌써 이런 소리 들으면 안 될 거 같은데 재밌는 광경이었고 ‘아 나도 많이 해 왔구나’ 하는 뿌듯함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독립영화건 뭐든 간에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것이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다 할 거다. 연기 밑천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으면 다 하려고 한다. 나도 이제 꺾이는 나이고, 치고 들어오는 후배들도 뮤지컬에서도 정말 많다.


<#10_QMARK#> 안 그래도 뮤지컬 쪽에 아이돌이 많이 진출하면서 관객 동원력 면에서도 조승우를 위협하고 있다. (웃음)
조승우
: 나보다 낫다. 잘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에 시아준수가 혜성같이 등장해가지고. (웃음) 그래도 너무 좋다. 그 친구들이 연기할 자세만 되어 있으면. 그리고 연습에만 빠지지 않으면 분명히 잘 될 친구들이다.


“<조로>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조승우 “너무 늙은이처럼 살았기 때문에 이제 철딱서니로 살 거다”


<#10_QMARK#> 현재 공연하고 있는 <조로>에서는 이제껏 조승우가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이 드러나는 거 같다. 어떤 작품보다 코믹적인 요소도 많고, 무대에서 굉장히 자유롭게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조승우
: 원래 장난도 잘 친다. 디에고라는 캐릭터를 표현해내기에는 물 만난 거지. 지금 <조로>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했던 춤부터 공연 때 하는 마술은 군대에서 마술병 도와줄 때 하던 거고, 검술은 <불꽃처럼 나비처럼>할 때 배웠고, 발차기나 무술은 <하류인생> 때부터 계속해 온 거다. 유머코드는 원래 즐겨하는 연기의 한 방식이다.


<#10_QMARK#> 본인 스스로 장난스러운 부분도 많다고 했는데 사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조승우는 굉장히 진지하고 연기 잘 하는 배우지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조승우
: 사람들은 나를 되게 조용하고 차분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근데 되게 잘 까불고 전혀 차갑지도 않고 다정다감하게 말도 잘 한다. 박해일처럼 조용할 것 같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박해일도 엄청 웃기고 주당이다. 오히려 우아한 캐릭터는 유해진 형이다. 사람들은 (유)해진이 형 보면 어디 술집에서 소주 먹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혼자 여행가서 사진 찍으시고, 집에서 와인 드신다. 예전에 집에 가봤는데 프로방스 스타일에 하얀 가구에...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웃음) 요즘 들어 관심 있는 건 빈티지 오디오랑 야구, 반려동물들과 함께 지내는 생활. 그리고 <조로> 정도다.


<#10_QMARK#> <퍼펙트 게임>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상대역인 양동근의 칭찬을 정말 많이 하더라. 연기에 있어서 천재라고까지 극찬을 하던데.
조승우
: 남자배우로서 남자배우인 (양)동근이를 봤을 때 그 친구는 유럽에 갖다 놓든, 미국에 갖다 놓든, 아시아 어디에 갖다 놓든 그 현지의 배우처럼 다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런 다양한 이미지를 가졌고 너스레를 떨면서 웃을 때 그 미소가 정말로 멋있다. 사실 우리 둘 다 꽃미남 스타일에 속하는 배우들은 아니지만 요즘 부쩍 나더러 사람들이 조각 같다고 막 그러긴 하더라. (웃음)


<#10_QMARK#> 서른 살이라는 나이는 누구에게나 남다를 수밖에 없는 나이다.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만큼 고민이 많을 시기인데 그 때를 갓 넘었다. 여전히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을 것 같다.
조승우
: 그런 고민들은 오히려 20대 때 많이 했다. 20대에 늘 풀리지 않은 족쇄처럼 달고 다니던 게 있었는데 그게 군대였다. 스무 살에 데뷔를 해서 서른 되기 며칠 전에 군대를 갔다. 그때까지 9년이라는 시간동안 악몽을 꾼 거다. 신체검사 받고, 급수 받고 나서 군대 갈 때까지 여권도 안 나오고 외국에도 못 나가게 하고 무슨 범죄자 취급을 하는 거다. 스물여덟 이상이 되면서 군대는 늘 걱정거리였고, 그 때 인생에 대한 영양가 없는 고민을 많이 했다. 애늙은이처럼 굴고, 괜히 어른인 척할 나이니까. 물론 30대인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유달리 더 심했다. 근데 군대를 호쾌할 정도로 털어내고 나니까 홀가분하다. 삼십대 초반의 연기생활과 삶이랑 즐거움, 나의 모든 것들이 다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 그래서 제대하자마자 다작을 했고 늘 행복하다. 아,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있긴 있다. 예비군 훈련 갈 때. (웃음) 그래서 장가가기 전까지는 철딱서니로 더 살려고 한다. 가정 꾸리고 나면 여자들은 아이에 남편까지 애 둘 키우는 것 같다던데 그럼 나 철딱서니 없는 거 받아줄 수 있는 여자 만나면 되는 거고. 십대부터 너무 늙은이처럼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젊은 마인드를 좀 갖으려고 한다.


<#10_QMARK#> 그 철딱서니로 살아가는 기간을 어느 나이까지 생각하고 있나.
조승우
: 현명한 여자를 만나서 그 여자가 이제 “그만 좀 해”라고 할 때까지. (웃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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