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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비전 없는' 비전 선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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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대한민국 골프비전 선포식'에 정작 '골프비전'은 없었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주최하고 KDB산은금융그룹과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후원에 나서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컨벤션센터에서 거창하게 열렸던 행사다. 한국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100승 합작을 축하하고, 2015년 프레지던츠컵의 한국 개최를 기념한다는 취지였다. 허광수 KGA부회장과 강만수 KDB산업은행 회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참석 인사의 면면도 화려했다.

허 부회장이 먼저 "골프는 그동안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국위 선양과 동시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을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환영사를 했다. 강 회장은 "한국의 100승 달성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KGA와 뜻을 모았다"는 축사를 더했고, 최 장관은 "정부도 한국골프의 명성에 걸맞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사명에 걸맞는 '골프비전'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떤 뜻을 모았다는 건지, 정부에서는 또 앞으로 무엇을 지원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KGA가 선수들의 핸드프린팅으로 서울 여의도에 '파이오니어길'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것도 골프비전은 아닌 듯하다. 아무리 의미를 부여해 봐도 그저 '100승 축하연'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의미가 더욱 퇴색됐다. 기록상으로 총 34명의 선수가 100승을 일궈냈지만 현장에는 진행을 맡은 세마스포츠 소속 선수인 박세리와 최나연을 비롯해 홍진주, 이지영, 김인경, 양희영, 유소연 등 고작 7명이 전부였다. 12일 현재 국내에 머물면서 일정이 맞았던 선수들만 참석했다.


물론 본지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100승이라는 의미 자체도 '무리수'다. 미국 국적의 펄 신과 미셸 위, 크리스티나 김이 합작한 5승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셸 위와 크리스티나 김은 특히 미국과 유럽이 맞대결을 펼치는 솔하임컵에서 미국선수보다도 더 미국적인 '화이팅'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들이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이들의 우승을 자국 승수에 합산해 LPGA투어 통산 1452승으로 집계하고 있다.


LPGA투어를 중계하는 국내 한 골프전문채널이 연초부터 이슈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100승 기원'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일부 언론사들이 이에 편승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부담 때문에) 일부러 기사를 안 봤다"고 할 정도로 압박만 됐다. 그렇다면 경쟁사인 윤세영 SBS 회장이 이끌고 있는 KGA가 나서 이슈메이킹에 일조했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셈이다. 정부 당국도 들러리가 됐다.


주체도, 주제도 명확하지 않았던 이 행사에는 그러나 200명의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갔다. KDB산업은행은 더욱이 민영화를 추진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국책은행이다. 무턱대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춘 '100승 축하연(?)'이라는 굿판에서 떡을 얻어먹은 자는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






손은정 기자 ejs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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