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모두 스폰서 유치 난항, 태국 관광청 제안으로 이벤트대회 전락 위기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한국과 일본의 여자프로골프대항전이 올해는 뜬금없이 태국에서 열리게 됐다.
1999년 창설돼 매년 양국의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을 펼쳐 골프계를 넘어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됐던 대회다. 한국은 그동안 제주 핀크스골프장이 앞장섰고, 일본에서는 쿄라쿠라는 기업이 스폰서를 맡아 양국을 오가며 열렸다. 지난해에는 그러나 핀크스가 SK에 매각됐고, 쿄라쿠 역시 사정이 나빠지면서 급기야 대회가 무산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당시 "대회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총상금 6350만엔 등 최소한 20억원이 들지만 타이틀스폰서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당장 상금을 없애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2011년 대회는 일본 마이니치방송이 스폰서를 맡겠다고 이미 신청서를 제출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마이니치는 올해 대회를 12월3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열겠다는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 KLPGA는 이에 대해 "쿄라쿠가 아직도 대회를 진행할 여력이 없다"면서 "일본 대지진 여파로 다른 스폰서를 구하기도 쉽지 않던 차에 태국 관광청에서 마이니치 방송사 쪽으로 역제안을 해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관광대국'이고, 특히 한국과 일본의 골프관광객이 많은 나라다. 당연히 한일전에 구미가 당길 만하다. '월드스타'가 가득한 한국대표팀을, 그것도 초청료 한 푼 없이 유치할 수 있다는 매력까지 더해졌다. 계약서에 최종 사인은 하지 않았지만 이달 초 이미 답사까지 끝내 이변이 없는 한 태국 개최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일전이 태국에서 열린다는 건 아무리 곱게 봐도 '어불성설'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륙간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이 미국과 유럽이 아닌 제3국에서 열리지는 않는다. 한일전 역시 한국과 일본의 골프팬들을 위한 축제가 돼야 한다. 이 대회는 더욱이 창설 초기 박세리 등 톱스타의 출전이 불투명해지자 애국심까지 부채질하며 팀에 합류시킬 정도로 상당히 공을 들였던 대회다.
한국과 일본의 주무단체가 비록 무능력해 대회가 중단됐지만 태국의 관광객을 증대시키기 위한 이벤트대회까지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KLPGA는 물론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번 태국 개최를 계기로 아시아시장에서의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는 억지 논리를 곁들였다.
그렇게 당당했다면 왜 공식적인 발표도 없이 슬그머니 홈페이지에 일정만 올려놓았을까. KLPGA는 회장을 비롯한 신임집행부가 선출 과정에서 절차상의 하자로 직무정지를 당해 지금으로선 사실 '식물' 상태다. 이런 식이라면 집행부 모두 일제히 사퇴하고, 하루 빨리 정상화를 위한 새 수순을 밟는 게 낫다. 집행부가 권력에 연연하는 사이 '한일전'은 태국으로 가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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