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삼성의 인사 키워드 중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여성 사장'의 등장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삼성은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6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9명까지 총 17명 규모의 201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해 7일 발표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6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여성 사장은 탄생하지 않았다.
현재 삼성그룹의 여성임원은 총 34명으로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제외하면 32명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이 회장이 승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밝혔다.
때문에 이번 사장 승진 대상에서 유일한 여성인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의 승진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최 부사장은 지난 1997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를 거쳐 2009년 12월 삼성그룹 최초로 여성 부사장에 올랐다. 전무에서 부사장까지의 승진 기간과 최근 삼성내의 분위기를 비춰 봤을 때 승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여성도 최고경영자(CEO)가 돼야한다"며 "사장까지 승진해 역량을 마음껏 펼치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어 오너일가를 제외한 첫 여성 사장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삼성의 인사가 가지는 상징성이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무산되고만 여성 사장의 등장은 아직 성과나 시기가 완숙되지 않았다는 그룹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이서현 부사장의 승진이 미뤄진 만큼 내년이나 후년쯤 그의 승진 시기와 맞춰 동시에 승진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십 수년째 여성인력을 육성하고 있는데 당장 (여성 사장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획해서 육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주에 이어질 임원 인사에서 적잖은 여성임원 승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심수옥·이영희 삼성전자 전무, 김유미 삼성SDI 전무 등은 부사장 승진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한 삼성은 작년 말 인사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80명의 여성 직원을 부장으로 승진시켜 총 211명의 여성부장이 있다. 이 중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상당수의 부장들이 승진 대상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 부장에서 상무 승진의 연한은 5년 가량이었지만 최근 들어 발탁인사가 늘면서 승진 연한이라는 기준은 다소 애매해졌다"며 "고위직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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