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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가상자산의 충돌…클래리티 법안과 화폐 주도권 [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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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지금]
스테이블코인 보상 허용 놓고 은행·가상자산 업계 정면 충돌
쟁점은 보상이 아닌 '미래 화폐 주도권'

가상자산을 두고 미국 워싱턴에서는 로비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 틀을 정할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상원 문턱에서 멈춰선 가운데, 이해 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미래 화폐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가려지는 것이라, 전세계의 눈이 미 상원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7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초 백악관에서 클래리티 법안 협상이 진행됐다. 그러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해, 이달 말까지 쟁점을 해소에 나선다.


가상자산 분야 전문 협회인 디지털체임버(Digital Chamber)는 회의 후 배포한 메모를 통해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정책 제안을 검토하고 이견이 있는 쟁점들을 정리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이번 논의는 2월 말까지 쟁점 해소를 목표로 한 일련의 협의 과정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은행과 가상자산의 충돌…클래리티 법안과 화폐 주도권 [글로벌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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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리티 법안이 도대체 뭐길래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내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커머디티), 투자계약 자산,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분류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 감독 권한을 나누는 포괄적 규제 법안이다.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미국은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는 반면 한국은 이용자 보호를 우선 한다는 방향성에 차이가 있기는 하다.


외신은 클래리티 법안에 대해 산업·정치·경쟁 측면에서 미 규제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평가한다. 법안 통과 여부에 따라 미국이 유럽연합(EU)처럼 명확한 규제 틀을 갖출지, 아니면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며 글로벌 규제 주도권을 다른 지역에 넘길지가 갈릴 수 있어서다.


이는 가상자산 시황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해 7월 클래리티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후 비트코인은 10월 12만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가상자산 시세 상승의 모멘텀 중 하나로 작용했다. 현재 비트코인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클래리티 법안 표류 등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하락하며 6만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과 가상자산의 충돌…클래리티 법안과 화폐 주도권 [글로벌 포커스]

쟁점은 스테이블 코인 리워드

클래리티 법안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스테이블 코인 리워드다. 앞서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가 은행 예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자나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코인베이스, 크라켄, 제미니 등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공하는 스테이블 코인 리워드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아 가능하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법안에 포함된 섹션 404(Section 404)가 상원 논의 과정에서 추가되면서 본격적인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권의 대립이 시작됐다.


섹션 404는 상원 논의 과정에서 클래리티 법안에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수정 조항이다. 지난해 7월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의 직접적인 이자 지급만 금지했다. 이 때문에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삼자로서 제공하는 스테이블 코인 리워드는 명시적으로 제한되지 않아 '허점'으로 지적돼 왔다. 섹션 404는 이 같은 허점을 막기 위해 지급용 스테이블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공되는 보상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코인베이스는 유료 멤버십인 '코인베이스 원(Coin base One)'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테이블 코인 USDC 보유 잔액에 대해 연 3.5% 수준의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다. 섹션 404가 강화된 형태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러한 서비스는 제공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해당 논쟁은 지난달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법안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며 불거졌다. 당시 암스트롱 CEO는 "나쁜 법안보다는 차라리 법안이 없는 편이 낫다"고 강력하게 발언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자를 지급하도록 허용할 경우 사실상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며 이는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리워드'를 없애는 것은 은행들이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권이 현재 의회 통과를 대기 중인 법안에 해당 내용이 반영되도록 워싱턴에서 강도 높은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 로비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가상자산 업계도 워싱턴에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가 후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페어셰이크는 최근 보유 자금을 1억9300만달러 이상으로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선거에서도 친(親)가상자산 성향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데 수백만달러를 지출했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본인도 가상자산 업계를 지지하고 있다.

은행과 가상자산의 충돌…클래리티 법안과 화폐 주도권 [글로벌 포커스]

스테이블 코인 논쟁은 화폐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결

FT는 이번 논쟁을 단순한 규제 갈등이 아니라 '화폐의 미래를 둘러싼 대결'로 표현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 수단을 넘어 가치 저장과 보상 기능까지 수행할 경우 은행이 담당해온 화폐 중개 역할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아르테미스 애널리틱스(Artemis Analytics)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 중인 스테이블 코인 규모는 약 31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거래 규모로는 33조달러에 달할 정도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결제 수단이라는 부분이다. 실시간으로 결제가 가능하며 정산 시간도 기존 결제 시스템 대비 빠르며 수수료도 저렴하다.


리플(XRP)에서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총괄하는 잭 맥도널드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국경 간 결제를 현대화하고 있다"며 "금융기관뿐 아니라 기업과 소매업체, 자체 네트워크 내에서 자금을 이동해야 하는 다국적 기업들까지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리플은 RLUSD 스테이블 코인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기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해 4월 미국 재무부 분석 자료를 인용하며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에 따라 최대 약 6조6000억달러 상당의 예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런던정경대(LSE) 부교수이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핀테크 전문가 그룹 의장을 지낸 필립 패치 교수는 "은행이 유동성을 조금씩 잃을 때마다 안정성과 수익성이 함께 떨어진다"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유동성이 감소하면 대출 비용이 상승하고,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하며, 시스템 차원에서도 기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은행 규제를 받지 않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예금과 유사한 기능까지 수행하며 사실상 '은행처럼' 작동하는 상황이다. JP모건 제레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테이블 코인의 보상 구조가 전통적인 은행 예금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건전성 규제는 받지 않는 '병렬적인 은행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적절한 감독 없이 운영될 경우 전통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반대로 은행들도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자체 유로·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운영 중이며, BNP파리바를 포함한 유럽 10개 은행은 공동으로 유로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지난 1월 "스테이블 코인을 포함한 기술에 투자하고 실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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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클래리티 법안을 둘러싼 대립은 기술 혁신과 규제의 충돌을 넘어, 화폐를 중개하고 통제해온 기존 금융 질서가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시스템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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