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려고 눈치보는 돈들
[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약정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 정기예금이 크게 늘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안정적인 정기예금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금리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해 향후 적절한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려는 대기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정기예금 잔액은 2006년말 280조원에서 지난 9월말 현재 563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20조원에서 87조원으로 급등했다. 정기예금 증가폭이 두 배 정도 인데 비해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4배 넘게 늘었다. 비중도 7.1%에서 15.5%로 확대됐다. 지난 9월 전달대비 증가율은 7.5%로 지난해 5월 12.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단기 정기예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된 가운데 정기예금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금리 수준에 대한 불만으로 장기 보다는 단기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적당한 투자처가 나올 때까지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한은 기준금리가 다섯 달 째 연 3.25%로 동결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평균 3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3.54%로 지난달 물가상승률 3.9%를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수신이 늘고 단기예금 조달 비용이 싸서 좋기는 하지만 만기도래 예금을 묶어두거나 새로 유치하는 비용도 늘어 고민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주가 상승 등 대체 투자처가 늘어나면 단기예금의 자금인출이 본격화돼 은행들의 자금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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