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수의 '눈높이 경영'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먼저 나와 상대방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후 상대방과 같은 시각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남수 하이트진로 사장의 소통 경영이 화제다. 지난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법인 '하이트진로' 경영 키를 잡은 이 사장은 한 몸이 된 두 조직의 융합에 최우선점을 두고 '소통'을 역설하고 있다.
최근 열린 사내 팀장급을 대상으로 한 CEO 특강에서 이 사장은 책 한 권을 들고 나왔다. 책의 제목은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어찌 보면 공식적인 강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남자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여자들은 읽는 것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용으로 그는 책을 통해 나와 상대방과의 생각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차이를 인정하고난 후, 보는 시각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상대방을 먼저 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기기 위해 여직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 있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여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해서 뭐를 먹고 싶은지 생각해두라고 했죠. 막상 당일 물어보니 청국장이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그래서 정말 좋아하냐, 여성들은 스파게티를 더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스파게티'란 말에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바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갔죠. 사실 전 좋아하지도 않는데 피자까지 같이 먹었어요."
사소한 일화지만 그만큼 모든 직원이 상대방 직원 또는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직원들 가족 챙기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밖으로의 성장을 위해선 먼저 회사 안부터 다져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최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자녀가 있는 직원수가 150명이나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를 듣고 그는 자신이 사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많은 신경을 못써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이 사장은 해당 직원들의 집으로 찹쌀떡과 엿 등이 들어간 합격 선물을 보냈다.
실제 이 선물을 받아본 직원의 자녀는 "정말 아빠 회사의 사장이 보낸 것이냐"며 깜짝 놀라고 고마워했다는 후문이다. 이 직원은 자녀 앞에서 위신이 서게 됐고 회사에 대한 뿌듯함도 느꼈다고 한다.
이 사장은 통합과 함께 더욱 큰 꿈을 꾸고 있다. 국내 주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공략을 확대해 글로벌 주류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 대표 주류기업'으로 키운다는 각오다. 지난해 수출액 1억 달러를 올해는 3분기 만에 돌파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게 됐다는 것 또한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이 사장은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향후 비전 달성은 확신한다"면서 "새로운 꿈을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 다같이 노력하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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