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TV사업 백기 들어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한때 세계 가전제품시장을 휩쓸며 TV의 대명사로 불렸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백기’를 들었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삼성전자를 위시한 한국과 대만 업체들에 밀려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고 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니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순익 전망을 기존 600억엔(약 8610억원) 흑자에서 900억엔(약 1조2920억원) 손실로 뒤집었다. 매출 전망은 7조200억엔에서 6조5000억엔으로, 영업이익 전망은 2000억엔에서 90%나 감소한 200억엔으로 추락했다. 회계연도 2·4분기(7~9월) 실적은 전문가 예상치 195억엔 순익익을 크게 밑돈 270억엔 순손실을 기록했고 TV를 비롯해 PC·카메라·DVD플레이어 등 주력 제품의 연매출 목표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특히 TV사업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다. 올해 TV사업부문 영업익 전망은 전분기대비 1000억엔 감소한 1750억엔 손실을 내 적자폭이 지난해의 두 배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8년 연속 적자다. 연간 세계시장 판매목표는 2200만대에서 전년대비 11% 감소한 2000만대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같은 부진은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유럽 경제가 재정위기 등으로 성장이 둔화된 것과 함께 전세계 TV 소매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엔화가치도 역대 최고치로 급등해 가격경쟁력을 크게 상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태국을 덮친 최악의 홍수까지 악재가 겹친 가운데 삼성·LG 등 한국 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으로 소니의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였으며 유럽이 21%, 미국이 20%, 아시아가 18% 등이었다.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소니 부사장은 회견에서 “현실을 직시하겠다”는 표현을 수 차례 반복하며 “2014년 3분기까지 TV부문의 흑자화를 위해 ‘배수의 진’을 치는 결의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니는 수렁에 빠진 TV사업부의 핵심부품 조달 과정과 제품군 등 사업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대수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니는 TV제조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LCD패널의 조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합작사인 S-LCD를 해소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패널공급원 다변화로 비용을 절감해 500억 엔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또 제품 모델 수를 줄이고 신흥국 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한편 감원 및 인력재배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소니와 함께 양대 TV제조사인 파나소닉도 올 회계연도에서 4200억엔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다. 매출 역시 5% 줄어든 8조3000억엔,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1300억엔으로 각각 전망했다. TV 판매 목표치는 2500만대에서 1900만대로 대폭 하향조정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외에 히타치는 55년만에 자체 TV생산을 포기하고 전량 해외에 위탁하기로 결정했으며, LCD제조사 샤프는 일본 국내 TV용 패널 생산라인을 스마트폰·태블릿용 패널 생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일본 메이커들을 누르고 기세등등하다. 올해 2분기 삼성이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 LG가 2위를 차지했으며 3분기 들어서는 세계 최대 TV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바 진 자산운용의 오쿠무라 요시히로 매니저는 “소니는 TV 가격 하락과 콘솔게임기 수요 침체와 같은 주변 환경의 급속한 변화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와 한국·대만 업체와의 전례없는 치열한 경쟁은 소니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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