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학 미식축구 명문인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조 퍼토노 감독이 최다승을 경신했다. 퍼토노 감독은 지난달 30일 일리노이대학을 꺾고 통산 409승을 기록, 종전 에디 로빈슨의 최다승(408)을 앞서갔다. 특히 그는 올해 84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려 45년 동안 펜실베니아 주립대를 이끌면서 신기록을 달성해 더욱 화제가 됐고 언론들은 그런 그의 업적을 크게 다뤘다.
하지만 대학 미식축구의 최다승 기록은 퍼토너가 아닌 다른 감독이 보유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예전에 409승을 훌쩍 넘긴 감독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주인공은 존 갈리아디로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세인트 존스 대학의 감독이다. 갈리아디 감독은 퍼토노 감독이 409승을 달성한 그 날 개인 통산 482승째를 챙겨 최다승 기록을 한층 더 높였다. 이로써 갈리아디 감독은 퍼토너 감독이 90세까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매년 최대 13경기를 전승한다 해도 같은 기간 18승만 할 경우 최다승 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계속 올리게 된다. 물론 퍼토노 감독이 당분간 해임될 가능성이 없지만 90세까지 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갈리아디 감독의 기록은 한참이나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갈리아디 감독이 미국 내에서도 크게 알려지지 않는 것은 그가 지휘하는 대학팀이 참가하는 리그가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3부에 그치기 때문이다. 퍼토노 감독의 펜실베니아 주립대가 뛰는 1부 리그에 비해 수준이 한 참이나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신기록을 이미 달성하고도 인정받지 못하고 것이다.
갈리아디 감독은 이 같은 평가에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하위 리그라고 해서 승수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승부는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것이다. 권투에서 헤비급 매치가 대단히 터프하지만 라이트플라이급이라고 해서 승부가 가볍지 만은 않다"고 말한다.
갈리아디 감독의 기록에 대한 짠 평가와는 달리 그가 장수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높게 평가받는다. 퍼토노 감독보다도 많은 62년 동안 대학팀을 이끌었다는 사실에 존경심을 표하고 있는 것. 파리 목숨만큼이나 위태로운 감독으로서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58년, 캐롤 대학에서 4년 동안 활동했으니 장수 능력만큼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코니 맥처럼 구단주가 아니면서도 한 팀에서 60년 가까이 뛰고 있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갈리아디 감독의 장수 능력은 탁월하기 그지없다.
갈리아디 감독이 장수하는 비결은 뭘까. 답은 지극히 단순하다. 이기는 게 비결이다. 퍼토너 감독보다 한 달 앞서 태어나 최근 만 85세가 된 그는 만 23세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5할 밑 승률을 단 두 번 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 지난 1968년 이전의 일이다. 이러니 팀으로부터 쉽게 해고 통보를 받지 않는 갈리아디 감독이다. 여기에 스캔들 한 번 없는 깨끗한 감독 생활도 갈리아디 감독의 장수를 돕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미식축구에선 NCAA 규정을 어긴 1부 리그 명감독들이 줄줄이 옷을 벗은 바 있어 갈리아디 감독과 대조를 이룬다.
한편 갈리아디 감독도 최근엔 사임 압박을 느낀다고 한다. 너무 한 팀에 오래 있다 보면 변화 모색이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것도 여전히 좋은 관계이고 자신을 언제나 지지하는 세인트 존스 대학 총장이 그런 지적을 해 충격이다. 늘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자기 목을 치기 어렵다고 말하는 갈리아디 감독. 최근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명예롭게 퇴진한 토니 라루사 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을 보고는 퇴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뜻을 내비쳤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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