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한시적...대다수 회사는 "아직 고민중"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일부 대형 증권사를 통해 증권을 거래할 때 내는 수수료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인하된다. 인하폭은 0.004623%포인트. 투자자들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라지만 1억원어치를 매매해봐야 줄어드는 수수료는 4600원, 백반 한 그릇 값이 안 된다. 이 마저도 증권회사가 제 몫을 떼는게 아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분을 반영했을 뿐이다. 수수료를 내려 놓고도 증권사들이 금융당국과 시장의 눈치를 살피는 이유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아직까지도 유관기관의 수수료 면제분 반영조차 미루며 좌고우면 중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아예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유관기관이 면제한 수수료는 투자자가 아닌 증권회사 자신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거래수수료율을 낮춘 곳은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 하나대투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네 곳이다. 삼성, 대우, 하나대투증권은 증권 유관기관이 감면한 수수료율(주식 0.004623%p, 선물 0.0003036%p, 옵션 0.012654%p)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거래수수료 수준이 이미 충분히 낮은 상태"라며 "증권사는 추가적으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은 수수료 보다 수익률에 더 신경을 쓴다"며 "스마트폰 거래 등으로 수수료는 충분히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회사 자신의 몫까지 떼서 '투자자 환원'에 보탠 곳은 미래에셋 뿐이다. 주식 0.0054%p, 선물 0.00044%p, 옵션 0.013%p 등 상대적으로 높은 인하폭을 적용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에게서 받은 거래수수료 가운데 일부를 금융투자협회에 회비로 납부해 왔는데 지난 8월에 연회비를 일찌감치 완납했기 때문에 그 만큼 추가로 수수료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수료율 인하시기를 이달중 확정할 계획이다. 인하폭은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증권 유관기관의 면제 폭 만큼 정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과 현대증권도 내부적으로 검토해 곧 확정할 계획이다.
중소형 증권사는 거래수수료율 인하 자체를 주저 하고 있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한시적 이벤트에 선뜻 동참하기 어렵다"며 "펀드수수료, 고객예탁금 이용료, 신용거래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소형사도 비슷하다. 거래수수료보다 펀드나 랩어카운트 등 상품 수수료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들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 비중이 큰 반면, 상품판매 수수료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기간이 끝나고 다시 수수료율을 되올릴 때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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