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사자 군단’이 5년 만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의 대업을 이뤄냈다. 더불어 류중일 감독은 취임 첫 해 선수단을 우승으로 이끄는 저력을 발휘했다.
삼성은 31일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강봉규의 솔로 홈런에 힘입어 1-0 승리로 장식, 4승 1패로 정상에 등극했다. 지난해 준우승의 아픔을 고스란히 되갚으며 한국프로야구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우승은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포함하면 통산 다섯 번째다. 정규시즌 상승세를 이어가며 2006년 이후 5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삼성은 올 시즌 79승 4무 50패(승률 61.2%)로 2위 롯데(72승 5무 56패)를 6.5경기차로 가볍게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류중일 감독은 가수 이용을 평생 떠올리게 됐다. 경기 전 “10월의 마지막 날에 우승하면 더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이름을 거론한 까닭이다. 이용은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곡으로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건 감독으로서 거둔 첫 우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승컵은 취임 첫 해 거둔 결과물이다. 초보감독이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건 선동열 감독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승승장구의 원동력은 올 시즌 표방한 소통과 믿음에 있다. 류 감독은 전형적인 그라운드의 ‘삼성맨’이다. 푸른 유니폼을 입고 선수, 코치, 감독의 계단을 차례로 밟았다. 올해로 24년째 삼성과 인연을 맺고 있다. 선수들의 장단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류 감독 스스로 “선수들과 함께 많은 생활을 해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시즌 전 공언한 ‘화끈한 야구’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코칭스태프는 어떤 상황이 와도 타자들에게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했다. 볼카운트 0-3에서도 다음 공을 그냥 지나치게 놔두지 않았다. 결과가 아웃이 되더라도 류 감독은 채찍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근을 건네며 적극적인 공략을 칭찬했다. 경기에서 패한 뒤에는 늘 “감독의 작전 탓이다”라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선수 탓을 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했다.
올해 삼성 야구에는 배려도 숨어있었다. 이는 시즌 도중 데려온 외국인 투수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1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류 감독은 용병들을 바로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2군에서 공을 던지며 스스로 한국야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제공했다. 둘은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도 성적으로 배려에 보답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장원삼, 권혁 등도 마찬가지다. 코칭스태프는 이들을 채근하지 않았다. 가동할 수 있는 전력만으로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운영했다. 여느 때보다 선수들이 밝은 분위기를 내내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이다.
통산 다섯 번째 우승으로 선수단은 돈벼락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포스트시즌 누적수입은 약 77억 원이다. 구장 사용료 등의 경비를 제외하면 1~4위 구단들은 배당금 분배 원칙에 따라 약 46억 원을 차등 지급받는다. 삼성은 정규시즌 1위 배당금으로 20%인 9억 2천여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우승을 거둬 50%인 18억 5천여만 원을 함께 쥐게 됐다. 모 기업의 포상금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화재를 통해 우승 보험에 가입돼 있다. 여기에 SK를 상대로 지난해 준우승의 아픔을 준 SK에 설욕했다는 점과 감독 교체와 동시에 거둔 쾌거라는 점 등으로 역대 최고의 금액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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