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구제 중심의 정책 펼 듯
-유럽 구하러 온 '슈퍼 마리오'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다음달부터 유럽중앙은행(ECB) 신임 총재로 취임하는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재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2일(현지 시각) ECB의 금리결정회의가 드라기 총재의 성향을 시험하는 첫 번째 시험대인 것으로 주요 외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부채 위기와 금융 산업 개혁등 현안 뿐만 아니라, ECB 정책 방향에 대한 독일의 반대 등 내부적 균열 해소 등 중첩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드라기 총재가 당면한 유로존 부채 위기에 대해 어떤 접근을 보일까 하는 점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주말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부채 위기 해결을 ECB에 의존하지 말라”면서 ECB 차원의 남유럽 부실 국가 채권 매입에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금융전문지 <매크로 트렌드>의 편집장인 튜르 데메스터는 드라기의 취임과 더불어 유럽중앙은행은 우선적으로 ‘대형은행’의 구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대규모 양적완화(발권)이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의 초과 유동성 공급 양적완화 정책에 보조를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드라기 총재는 미국쪽 금융계 인사들과 친분과 유대 관계가 깊으며 정책 논리도 유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드라기는 교수생활을 거쳐 90년대 초반부터 이탈리아 재무부 관료를 지냈으며, 2002-5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국제 담당 부의장을 지냈다.
이 시기에 드라기 총재가 그리스의 국가 부채 규모 은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드라기는 ECB 총재 인준 청문회장에서 “이는 자신이 골드만 삭스에 부임하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며 관련설을 부인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슈퍼 마리오’(전자오락게임의 주인공)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드라기 신임 총재의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시절의 또 다른 별명은 ‘미스터 부재중’(Mr. Absent)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종종 업무중에 자리를 비우고 종적을 감추곤 했는데,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나 미국의 금융계 거물들과 휴대폰으로 현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6년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에 취임하면서 동시에 선진7개국 정상회담(G7) 산하 금융안정포럼(FSF) 의장을 맡았는데, 이 기구는 이들 7개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의 씽크탱크 역할을 했다.
지난 2008년 FSF 멤버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드라기는 각국 정부는 금융 부문에 정책을 도입하는 책임을 맡고, IMF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감시감독 역할을 하며, FSF는 ‘규제정책과 기준들을 현실에 맞도록 정교화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 기구는 지난 2009년 ’금융안정위원회‘(FSB)로 확대 개편되었고, 그 대상도 G20 차원으로 확대됐다.
지난 6월 FSB는 자신의 가장 주요한 역할은 이른바 ’국제적으로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을 선별하고 이들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기술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은행들이 파산하거나 위기에 몰렸을 때, 구제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요인들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드라기의 향후 정책은 폭넓은 미국쪽과 보조를 맞추면서 국제공조를 통해 은행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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