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 실험정신과 완성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남성복 컬렉션
- 패션 필름, 패션쇼의 공감대를 형성하다
내셔널 브랜드이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로 운영되는 한상혁(MVIO) 컬렉션으로 문을 연 이 날, 쇼는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패션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실험성과 상업성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한상혁의 엠비오는 클래식한 슈즈와 아웃도어 룩을 넘나들며 눈을 떼지 못하게 했습니다.
또한 아웃도어 룩에 기반을 두고 레트로 무드를 더한 최범석(GENERAL IDEA)과 고태용(BEYOND CLOSET) 역시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 멋진 컬렉션을 선보였지요.
눈에 띄는 다섯째 날의 이슈는 패션 필름이었습니다. 이번 남성복 컬렉션은 패션 필름을 적극 활용한 듯 보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쇼에 앞서 컬렉션의 테마를 영상을 통해 먼저 공개했는데 이러한 사전 영상은 컬렉션을 공감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최범석은 생트로페즈 해변의 풍경을, 최철웅(CY CHOI)은 룩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듯 한 영상을 선보였지요.
1. 한상혁(MVIO)
흰 천이 드리워진 핑크 박스에서 화이트 슈트에 핫 핑크 클러치를 든 모델이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배경은 곧 실험실은 연상시키는 것으로 바뀌었고, 선캡을 쓴 모델들이 변주된 화이트 슈트를 입고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시즌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상혁은 포멀과 캐주얼을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팬츠는 대부분 종아리의 절반을 드러내는 7부로 경쾌한 분위기였고, 스트라이프에서 네온으로 무늬가 이동했습지요.
후반 파스텔 컬러가 믹스된 캐주얼한 룩은 컬렉션에 좀 더 젊고 경쾌한 기운을 불어 넣어 주었습니다. 세련된 액세서리의 매치도 눈길을 끌었는데, 아이 패드를 넣을만한 납작한 클러치와 옷과 보색대비를 이룬 슈즈 컬렉션이 재미있었습니다.
2. 이주영(RESURRECTION BY JUYOUNG)
금발 모델의 역동적인 무브먼트를 담은 영상을 배경으로 컬렉션은 시작했습니다. 디자이너 이주영은 시폰처럼 가볍고 페미닌한 소재로 남성적인 실루엣을 만들어 보여주었습니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남성의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쇼였지요.
넓게 주름을 잡아 여성복의 플리츠 스커트처럼 움직임이 강조된 쇼츠, 치마, 다양한 스타일로 제안되는 재킷과 트렌치코트는 컬렉션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졌음을 느껴지게 했습니다. 하지만 컬렉션 후반에 음악이 더욱 강렬해지며 등장한 컬러 레오파드 시리즈는 여전히 섹시하고 파워풀한 레주렉션을 상기해주었지요.
3. 고태용(BEYOND CLOSET)
매 시즌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는 디자이너 고태용은 ‘수목원에서(Le Jardin Botanique)’라는 주제를 드러냈습니다. 쇼장에는 자연에서 채집한 듯 한 사운드가 가득 차고, 뒤이어 경쾌한 리듬이 이어졌습니다.
컬렉션의 메인은 베이지와 카키로 구성된 사파리 룩이었습니다. 셔츠와 팬츠 혹은 스카프와 안감으로 사용된 카무플라주 패턴은 이번 컬렉션의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다소 귀엽게 표현된 대표적인 패턴이었습니다.
4. 최범석(GENERAL IDEA)
여름휴가로 떠난 생 트로페즈의 해변에서의 소년들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 최범석은 생트로페즈 해변을 오프닝 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시린 네온 컬러의 아웃도어 점퍼와 쇼츠가 나왔고, 다양한 쇼츠들이 니트, 코튼 등 소재를 달리하며 등장했지요.
스트라이프와 깅엄체크, 클래식한 니트웨어는 생 트로페즈의 여유와 낭만, 활기찬 기운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스트라이프와 깅엄체크는 그래픽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되었습니다.
패턴 다음으로는 다양한 컬러가 눈에 띄었지요. 네온 빛으로 물든 벨트와 신발은 물론이고, 사이사이 애시드한 컬러들이 룩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 넣었습니다. 레트로, 클래식, 스포티즘이 하나의 테마 안에 잘 버무려진 컬렉션이라는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송지오(SONGZIO)
톱 모델 시절 송지오 컬렉션의 단골 모델이었던 차승원이 오프닝을 장식했습니다. 두께감이 느껴지는 리넨 소재의 블랙 슈트는 차이나 칼라에서 클래식한 슈트로 다시 하이 톱 재킷과 트렌치코트로 다양하게 확장되었습니다.
눈에 띄는 건, 팬츠가 대체로 타이트한 피팅을 보였다는 겁니다. 중간에 잠깐 로맨틱한 음악이 흐르면서 오렌지 니트를 입은 가수 김형준이 등장, 블랙에서 컬러로 넘어가나 싶었지만 예상과 달리 블랙 슈트와 동일한 흐름의 화이트 슈트가 전개된 것도 재미있었고요.
소재를 가벼운 리넨, 저지 등을 사용했지만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있었고,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쇼였습니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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