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철도 기술혁신 페스티벌’ 열어 철도기술 현주소 확인…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도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철도안전에는 마침표가 없다’ ‘선진 기술력 확보 한국철도의 미래입니다’ ‘세계 1등 국민철도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코레일(사장 허준영)이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업무의 우선순위를 ‘안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11일 KTX 광명역 사고 후 ‘안전’을 화두로 고장·사고 예방에 온힘을 쏟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고속철도 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욱 긴장의 끈을 죄고 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안전’을 경영의 최고 가치로 꼽는다. 그는 전국을 돌며 릴레이 철도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안전에 대한 업무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 8월9일 기술고시출신의 팽정광 부시장을 임명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지난달엔 철도안전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안전보완책 마련에 열심이다. 열차정비도 항공기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이달 19~20일 대전에서 코레일 출범 후 처음 ‘철도기술혁신 페스티벌’을 열어 눈길을 모았다.
열차안전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펼쳐진 ‘철도기술혁신 페스티벌’은 철도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는 코레일, 국토해양부, 한국철도시설공단, 철도기술연구원, 철도관련 협력업체 관계자 10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해 성황을 이뤘다.
철도분야 산·학·연 전문가들은 철도산업기술전시회, 기술연구발표회, 철도기술경연대회를 통해 신기술정보 교류와 배우는 만남의 장이기도 했다.
◆‘철도기술혁신 페스티벌’ 주요 행사들=페스티벌은 지난해 11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후 고속차량과 선로전환기 등 철도기술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열려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철도인들이 기술노하우를 주고받고 새 개발제품들도 볼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이 쏠린 곳은 철도빌딩 옥외주차장에 마련된 철도산업기술전시회장. 코레일 소속기관(18곳)과 연구소·기업들의 개발기술을 선보인 부스(35곳)엔 설명을 들으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코레일 현업소속의 기술혁신우수사례, 계열사 및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제품과 서비스내용들이 소개됐다. 특히 국내 기술로 개발된 선로전환기와 분기기에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직원들이 몰렸다.
행사 첫날(19일) 오후엔 코레일 직원과 산·학·연 관계자들의 기술연구발표회가 열렸다. 주제는 ‘선진기술 동향 및 기술력 향상’과 ‘철도안전을 통한 철도 경쟁력 확보’. ‘국내·외 차세대고속철도 신기술 동향’(김기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연구본부장), ‘철도시설물 안전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조병완 한양대 교수) 등의 강연이 이어졌다.
코레일의 전기·차량·시설분야 직원 600여명이 기술 분야 업무규정 이해도와 철도시설물 고장조치 등 기술경연대회 본선경연도 벌어졌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철도기술을 한 걸음 발전시키기 위한 동력을 모으기 위해 ‘페스티벌’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시공)과 차량, 운행 등 철도 전 분야에서 기술력 부재를 실감했다”며 “철도핵심은 안전이고, 안전은 기술력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로전환기 등 신기술 첫선=기술전시회엔 32개 업체가 참여했다. KTX를 만드는 현대로템(주)는 시속 400㎞를 달리는 차세대고속열차 개발현황과 이 차량에 쓰일 동력분산형기술 을 소개했다. 가벼운 알루미늄재질의 차체, 물 냉각방식의 추진제어시스템도 전시됐다.
유경제어(주)는 역과 역을 오가는 열차를 전자제어 하는 ‘통합형 폐색제어장치’를, 인터콘시스템스(주)는 고속철안전운행을 돕는 차상컴퓨터를 국산화해 선보였다. 삼표이앤씨(주)는 경부고속철 1단계 자갈궤도와 2단계 콘크리트궤도에 쓸 수 있는 고속분기기를 내놨다.
많은 관심을 모은 개발품은 (주)세화의 전기선로전환시스템. 선로전환기 성능을 높이고 원격감시 장치를 추가해 선로전환기가 실시간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시스템에 기본측정데이터가 들어있어 장애가 생기면 고장원인이 곧바로 파악된다. 대전시 탑립동에 있는 이 회사의 이종현 대표이사는 “10년 연구 끝에 개발한 제품으로 고속철과 일반철도에 쓰고 고장이 나도 바로 고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런 선로전환기가 설치됐더라면 광명역 터널 탈선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곧 고속철도에 시험설치 된다.
철도관련기기를 만드는 팬드롤코리아(주)는 온도변화로 변형된 철로에 끼운 뒤 손잡이를 작동시키는 것만으로 변형부분을 들어 올려 고칠 수 있게 개발된 ‘철로 재설정도구’를 내놨다.
유·무선통신 및 방송 솔루션제공회사 (주)씨그널정보통신은 고속철도 열차무선(TRS) 검측시스템을 선보였다. TRS검측은 고속철도주행거리가 늘어 생기는 통제실과 열차 사이 또는 열차간의 통신 문제를 해결, 열차운행을 더 안전하게 해주는 장치다.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는 ‘전차선 편마모 방지용 U클립’ 등 7개 품목을 개발, 전시했다. 현장 인력들이 아이디어를 내 비용을 줄이고 안전도 꾀한 것들이다. U클립은 곡선철로의 전차선에서 생기는 마모로 선로수명이 짧아지는 점을 개선할 수 있다. 한해 50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반극동 수도권서부본부 전기처장의 설명이다.
대전철도차량정비단은 KTX 등 열차화장실 변기의 오물처리제어장치 국산화에 성공했다. 값을 크게 낮추면서도 냉·난방기 등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을 높여 고장을 줄였다. 경주고속철도전기사무소는 잇따른 전선도난을 막기 위해 개발한 경보시스템을 선보였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국내·국제 공동인증 획득=코레일은 페스티벌에 앞서 지난 10일 산업안전보건분야 표준화전문인증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KSR인증원으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 대한 국내인증(KOSHA 18001)과 국제인증(OHSAS 18001)을 받았다.
인증을 받은 곳은 코레일 본사,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오송고속철도시설·전기사무소, 경주고속철도시설·전기사무소 등 6곳이다.
지난 7월부터 15개 소속의 국내 인증을 추진 중인 코레일은 11월까지 모든 사업장에 국내·외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보건경영체제, 안전보건활동수준, 안전보건관계자 면담분야에 대해 실태확인(관련문서와 현장실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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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경영의 최고가치’로 둔 코레일]
코레일, 철도안전위원회 권고 받아들여
내부요인으로 지적된 4개 분야, 58개 사항 대책 마련…‘기술아카데미’ 인재개발원에 신설
코레일은 안전과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의 쓴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승객안전과 조직발전에 도움이 될 땐 적극 받아들인다는 자세다. 지난달 철도안전위원회(위원장 김수삼 전 한양대 부총장)가 발표한 철도안전 문제점과 분야별 권고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게 단적인 예이다.
민간철도전문가들로 이뤄진 철도안전위원회는 9월7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KTX 고장과 장애는 차량제작, 선로 시공, 운영 등 철도산업 전반의 기술력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철도안전위원회는 종합평가에서 KTX 고장과 장애원인은 차량제작 결함, 선로시공 불량, 부품불량 등 외부요인과 코레일직원의 기술력 부족을 비롯한 내부요인으로 나뉜다고 밝혔다.
철도운영자인 코레일은 내부요인으로 지적된 기술력 부족에 대해 철도안전위원회가 권고한 4개 분야, 58개 사항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철도안전문제의 근본개선은 고장과 장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외부요인의 기술력을 높이지 않고선 될 수 없다며 관련회사·기관에도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현대로템에 원천기술 등 기술역량 강화, 첨단기술 설비투자 확대, 드러난 문제점의 빠른 해결을 요구했다. 특히 안전성이 검증 안 된 차량은 국민안전을 위해 들여오지 않을 방침이다.
코레일은 정비 분야 기술력 향상에도 적극적이다. 교육훈련을 강화키로 하고 철도산업분야 전반에 걸친 핵심고급기술 인력을 길러낼 ‘기술아카데미’를 올해 인재개발원 안에 신설한다.
고속차량분야 핵심정비요원을 현재 76명에서 내년엔 110명으로, 2015년까지 170명으로 늘린다. 고속차량교관요원 30명을 길러내 전문교수진으로 활용한다.
외국고급인력과 국내전문가들을 뽑는 등 엔지니어링기능도 강화한다. 설계능력과 기술수준이 뛰어난 핵심엔지니어를 2015년까지 50명으로 늘린다. 지금의 두 배 규모다. 선진철도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 전반적인 기술이 높아지도록 올해 외국고급차량기술자 3명과 국내철도차량 소프트웨어전문가 3명도 뽑는다.
외부 산학연 고속차량전문가 풀(100명)을 만들어 상시협력체계를 갖추고 이들을 활용, 엔지니어링기능과 기술력도 보강한다. 프랑스 쪽과 기술자문을 다시 추진, 중정비기술이전을 완성해 KTX 노후부품문제를 풀 예정이다.
KTX 차량에 대한 대책도 돋보인다. 차량 보수품 확보를 위해 관련부품 원제작사와 다년간 계약해 직구매체계를 갖추고 구매라인 다변화도 꾀한다. 차량보수품의 80% 이상이 외국산으로 외국의 단일 업체나 중개상을 통한 기존 공급방식에서 외자품 직구매체계로 바꾼다.
코레일은 KTX-산천을 들여올 때 법적기준(4만km)을 넘어서는 6만9000km를 시운전했으나 발주하는 차량에 대해선 충분한 시험·시운전기간을 확보키로 했다. 방안으로 차량구매 및 발주계획을 세워 새로 개발하는 고속차량은 20만km의 시운전에 들어간다.
KTX-산천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도 꼼꼼히 밟는다. 제작사의 설계단계부터 신뢰성과 내구성을 철저히 검증, 차량품질을 확보한다는 게 코레일 방침이다. 설계를 객관적으로 재검증하고 차량의 제작?인수단계에서 운영사로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코레일은 관리를 고도화하고 철도안전위원회 권고사항을 추가과제로 선정, 구체적 작업에 들어갔다. 철도안전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구상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성 검증제도’를 10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열차운행계획, 차량도입, 운행선 공사 등 주요 사업에 대해 사업부서가 안전검토를 하고 있으나 지난 5월 사장직속으로 운영 중인 안전실의 객관적인 안전검증을 거치도록 제도화했다. 새 기술 적용 등이 필요할 땐 국내·외 전문가의 안전성 검증을 거쳐 안전관리체계도 더 다진다.
한편 코레일은 외부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방안도 만들었다. KTX-산천의 고장 대부분은 철도안전위원회가 밝힌 것처럼 현대로템의 제작결함 때문이란 시각에서다. 2010년 3월 KTX-산천 열차운행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생긴 57건의 고장 중 55건이 제작결함으로 분석된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문제는 제작사에서 ‘견인 중 제동체결’(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잡히는 장치) 등 6개 항목에 대해선 고장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전기 배선 과열과 객차 인버터 차단 등 4개 항목은 운행초기엔 없었으나 새로 난 고장이어서 해법을 찾고 있다.
코레일이 보완을 요구한 KTX-산천 열차의 결함 136건 중 77건은 조치됐지만 나머지(59건)는 근본원인을 찾지 못했거나 개선 중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KTX-산천의 차량결함을 완벽히 개선하고 새로운 고장을 막기 위해 현대로템에 설계재검증을 요구했다. 올 연말 들여올 5편성(50량)에 대해선 완벽한 개선이 이뤄져야 인수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와 함께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에 설치된 선로전환기(하이드로스타) 장애에 대한 특별대책 마련을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촉구했다.
김진돌 코레일 고속차량처장은 “철도안전위원회가 권고한 철도건설과 운영분리에 따른 문제점과 선로사용료의 합리적 개선 등 제도적인 부분은 정부에 깊이 있는 검토와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철도운영자 의견이 건설사업의 모든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건의해 철도시설 안전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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