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논술 어렵게 출제되자 대교협 차원에서 '본고사처럼 내지 마라'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 3일 이화여대 수시논술에 응시한 경기 H고교 이모(18)양은 "영어지문이 어려워 해석하기도 힘들었고, 답안 작성할 때도 시간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출제된 영어지문은 미국 사회학 저널에 실린 외국 학자의 논문으로 기존에 수능 외국어영역 수준으로 출제되던 지문보다 수준이 높아 응시생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문과계열의 영어지문뿐만 아니라 이과계열의 수리논술도 본고사형이 부활하고 있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강사 천모씨는 "오는 19~20일 논술고사를 치르는 고려대에서 제시한 수리논술 모의고사를 보면 사실상 심층적 수학지식과 계산능력을 필요로 하는 본고사형 수학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난도의 영어지문과 수학문제 등 논술이 본고사화될 조짐을 보이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를 진화하기 위해 나섰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영길 한동대 총장, 이하 대교협)는 각 대학들에 "수험생 부담 및 사교육비 증가 우려를 감안해 공교육 내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출제해달라"고 권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대교협은 수험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논술고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별 대학의 논술 출제 유형, 취지, 문항 수, 시험시간, 난이도 등을 예시문항과 함께 가능한 빨리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구안규 대교협 입학전형지원실 팀장은 "현재 각 대학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으로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이드해줄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방과후교실 등 공교육 내에서 논술고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교협은 "수능시험이 끝나고 치러지는 수시 2차 논술고사부터 이번 권고사항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라고 밝혔지만 막상 대학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최정환 고려대 입학처장은 "아직 대교협으로부터 관련 권고사항을 전해 듣지 못했다"며 "모의고사를 제시하는 등 출제방향은 이미 잡혀 있지만, 아직 논술문제 출제가 이뤄지지 않아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논술고사의 본고사화 현상은 2009년 이후부터 눈에 띄게 나타났다. 2009년 이전까지는 영어지문, 본고사 유형 문제의 출제금지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졌지만,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해 이미 지난해부터 경희대ㆍ동국대ㆍ한국외대 등이 영어지문 문제를 출제했으며,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강사 김모씨는 "대학들이 모집정원을 조정하고 시험시간과 문항 수, 분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논술 비중을 축소하라는 교과부의 방침을 수용했다"며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논술고사 난이도까지 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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