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립 작업이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의 밥그릇 다툼으로 전락했다. 금융위는 늦어도 다음 달 초 입법예고할 예정으로 지난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안'을 1차 심의했다. 그런데 법률안이 뀬금소원을 금감원에 두되 뀬금소원장은 금감원장의 제청을 받아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며 뀬금융회사 임직원 제재 권한은 원칙적으로 금융위가 갖고 경징계 권한만 금감원에 위탁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지자 금감원 직원들이 '권한 탈취'라며 항의 시위까지 벌였다.
최근 세계적으로 번진 '반월가 시위'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회사만이 아니라 금융관료 집단도 표적으로 삼는 특징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럼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의 금융관료 집단이 권한 나눠먹기를 놓고 아웅다웅하며 관료적 탐욕을 노출하는 것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렇지 않아도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 금융관료 집단의 무능, 나태,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금소원을 금융위에 두든 금감원에 두든, 금융회사 검사권과 제재권을 두 기관 사이에 어떻게 나누든 금융소비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별 차이가 없다.
금소원 설립 문제의 핵심은 금소원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다.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독립된 금소원이어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책을 맡은 금융위나 금융감독을 맡은 금감원의 입장에서 본 금융소비자 보호와 보호 대상 당사자인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본 금융소비자 보호는 분명히 다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성해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사무국에 전달한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도 금융소비자 보호조직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거론했다. 지난 7월 출범한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도 연방준비제도(연준) 안에 설치됐지만 연준은 그 운영에 절대로 관여할 수 없고 단지 예산 지원과 정보 제공의 역할만 하게 돼 있다.
금융위가 마련한 금소법안은 아직 공식으로 발표되지 않아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조직 설치'라는 세계적 대세를 거스르는 것이 틀림없다. 금융위는 원점으로 돌아가 법안을 다시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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