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엔화가치가 다시 가파르게 치솟아 역대 최고기록을 새로 썼다. 일본 정부가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가운데 외환시장은 일본 정부의 전격 시장개입이 이루어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당국이 시장에 엔화를 대거 매도하는 직접개입이 단행되기보다는 일단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1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갑자기 하락해 장중 달러당 75.78엔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8월21일 기록한 역대최저치 75.94엔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지난 두 달 가까이 엔·달러 환율은 76엔대 후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갑자기 변동성이 커졌다. 일본 외환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엔화가치 급등에 대해 이번 주말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로존 위기에 시장이 긴장한 것 등을 이유로 분석하는 한편 엔·달러 환율이 급락 직후 76.26엔대로 빠르게 회복된 것을 들어 변동이 대부분 기술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달러의 최저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영국계 은행과 펀드 등에서 ‘손절매(Stop-loss Selling)’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아즈미 준 재무상은 22일 오전 성명을 통해 “외환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하고 밝혔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다시 커졌지만 당국이 곧바로 엔화를 푸는 등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24일 시장 동향을 더 지켜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카시마 오사무 씨티뱅크재팬 책임외환투자전략가는 “21일 외환시장 동향은 엔·달러에 국한된 것으로 다른 통화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76엔대를 유지하는 한 외환시장 직접 개입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야하다 다카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선임외환딜러는 “일시적 급등으로 당국이 경계에 돌입함에 따라 더 이상의 급변동은 없을 것이며, 일본의 시장개입 가능성에 대한 투자시장의 포지션 조정으로 27일부터 달러화는 더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24일 오전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9시15분 현재 달러당 76.37엔을 기록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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