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섬들부터 차근차근 접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돌풍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뉴욕,호놀룰루(미국)=조영신 김은별기자】
#1. 10월18일 오전(뉴욕 현시 시간). 강용일 동부화재 뉴욕 지점장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지난해 7월 홀로 뉴욕에 입성한 후 1년 넘게 준비한 지점 개소식이 열리는 날이다. 강 지점장은 상기된 얼굴로 승용차에 올랐다. 뉴욕 퀸즈에 위치한 지점 사무실이 아닌 맨해튼의 가든시티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한 강 지점장은 행사장을 둘러보고 참석자 명단 및 좌석 배치도를 재확인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대니(브로커)가 보낸 문자가 강 지점장을 더욱 설레이게 한다. 5만2000달러 짜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개점식이 열리기도 전에 이미 200만달러어치의 보험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2. 10월18일 오후(하와이 현지 시간). 김형섭 동부화재 하와이 지점장은 현지 에이전트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국의 한 대형 보험사가 하와이로 직원을 보내 하와이 보험시장 등 시장조사를 하고 돌아갔다는 정보였다. 김 지점장은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지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시장조사를 하고 간 곳이 국내에서 동부화재와 경쟁관계에 있는 보험사라 더욱 신경쓰였다.
하지만 더이상 관심 두지 않기로 했다. 괌과 하와이는 국내 어느 보험사가 진출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동부화재의 해외 진출 전략은 다른 보험사와 차이가 크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본토에 법인(또는 지점)을 내고 영업하는 게 일반적인 룰이지만 동부화재는 달랐다. 본토로 가기 전에 먼저 하와이나 괌 같은 미국 주요 섬을 공략했다.
지난 1974년 진출한 괌은 이미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괌에서 성공하자 하와이에 지점을 냈다. 하와이 역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동부화재는 괌과 하와이의 성공을 토대로 2009년 로스앤젤레스(LA)에 3번째 지점을 냈고, 2011년 10월 미국 금융심장부인 뉴욕에 지점을 마련했다. 조금 돌아온 듯 한 동부화재의 글로벌 전략을 하와이와 뉴욕 현지에서 들어봤다.
◇100년된 보험사와 경쟁하는 동부화재 = 하와이주에서 손해보험영업을 하는 보험사는 모두 590여개. 인구 130만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말그대로 무한경쟁 지역이다. 이중 하와이 현지에 설립된 로컬 보험사만 18개에 달한다.
로컬보험사 수입 보험료 및 자산 기준 동부화재 하와이 지점은 7위다. 지난 2006년 1월 하와이 보험국으로부터 사업면허를 획득, 영업에 들어간 지 불과 6년만에 '톱10'에 진입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퍼스트 인슈어런스(First Insurance Co)와 2위인 아일랜드 인슈어런스는 하와이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 각각 100년과 70년이 된 회사들이다. 2009년 기준 퍼스트 인슈어런스(1억7500만달러)와 동부화재 하와이 지점(2000만달러)간 수입보험료 차이는 약 8배.
하지만 성장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동부의 연간 성장률은 20% 내외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5위권 진입은 시간문제.
김 지점장은 "진입 초기 수십년된 현지 로컬 보험사와 경쟁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며 "무엇보다 한국의 '동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데 많은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보험영업의 최일선에서 뛰는 대리점(에이전트)조차도 '동부'라는 회사 브랜드를 몰라 진출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박창제 하와이지점 차장은 "김정남 사장 등 본사 최고경영진이 매년 하와이를 방문, 대리점 경영진과 미팅을 갖는 등 매년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 덕분에 자리를 빨리 잡았다"고 부연했다.
◇차별화된 상품 전략으로 하와이 상륙 성공 = 동부화재 하와이 지점은 현지에서 '동부' 알리기에 주력하면서 틈새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로컬 보험사의 인지도가 너무 높아 맞짱영업은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하와이 지리 및 인구 특성 조사에 나섰다. 오아후섬(호놀룰루)은 하와이주 전체 인구 130만명중 약 80%가 밀집하고 있었다.
또 주택과 콘도, 호텔 등이 밀집하고 있다는 특성도 파악했다. 주택보험 수요가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하와이 주민 대부분이 허리케인에 두려움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빈도는 낮지만 보험수요가 많아 상품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동부화재 하와이 지점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2006년 4월 주택보험(Homeowners, Dwelling Fire)을 개발, 승부수를 던졌다.
외부 환경도 동부편이었다. 하와이 로컬 보험사가 모회사의 재정난으로 더 이상 주택보험을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진출 첫 해 770만달러의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였다.
동부는 이후 콘도 및 호텔 물건 공략을 위한 패키지보험 출시, 오아후 섬은 물론 인근 섬의 콘도 및 호텔 물건들을 인수하며 성장토대를 마련했다.
동부화재 하와이 지점 상품개발 담당 배상준 과장은 "진출 초기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하와이 로컬보험사들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하와이의 지리적 및 인구 특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접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또 "하와이는 일본계 23%, 중국계 6%, 한국계 3% 등 동양계 인구가 많아 동부가 자리잡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인간적 접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매출(원수보험료)도 매년 급성장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375만달러였던 매출은 2008년 1796만달러, 2009년 2240만달러, 2010년 2597만달러 등 껑충껑충 뛰고 있다. 올해 목표는 3200만달러. 이익도 전년대비 7.9% 늘어나 500만달러로 잡았다.
◇하와이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금융 심장부인 뉴욕 진출 = 동부화재의 하와이 성공 비법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강용일 동부화재 뉴욕 지점장은 "동부화재의 성공비결은 현지화 노하우(Know-How)와 노훔(Know-Whom)"이라며 "괌과 하와이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동부지역에서 동부(東部)의 바람이 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점 개점식도 열리기 전인 지난 8월 말부터 현지 영업을 시작, 현재 2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동부화재 본사에서 뉴욕지점에 내린 진출 첫해 매출 목표는 300만달러다.
강 지점장은 2011회계연도(2011년4월2012년3월) 결산까지 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개인적으로 세웠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그는 자신했다.
진출 첫 해 주력 상품은 중소사업자책임보험(BOP : Business Owners Policy).
강 지점장은 "'보상 범위는 넓게, 가격은 낮게, 언더라이팅(보험심사)는 깊게 할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사업비(비용)을 최대한 줄일 계획이라고 상품전략을 소개했다.
동부화재 뉴욕지점은 일단 BOP 상품으로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킨 후 오는 2012년부터는 개인 고객쪽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현재 염두해 두고 있는 상품은 상환보험대출(CPP : Commercial Package Program). CPP는 대출을 받은 고객이 사망, 실직, 퇴직 등으로 인해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비하는 보험 상품이다.
강 지점장은 "해외에 진출한 손보사 특성상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해 갑자기 손해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6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상품을 내놓아 이런 문제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강 지점장은 "통상 해외 지점이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통상 3년이 걸리지만 뉴욕 지점은 2년내 손익분기점을 넘기다는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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