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암 김 성 삼성암센터 위암센터장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정상인이 암에 걸릴 확률과 (조기)위암환자의 재발률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위암 완치자를 '암환자'라 불러야 할까요."
김 성 삼성암센터 위암센터장(외과)은 위암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암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걸리는 종류의 암이다. 그만큼 수술법이나 관리법이 잘 연구되고 체계화 돼 있다. 완치율로 불리는 '5년 생존율' 역시 65%, 조기 위암의 경우엔 97%에 달한다.
위암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 데는 2가지 요인이 꼽힌다. 우선 수술법이나 의료기기, 항암제의 발전이다. 김 센터장은 "좋은 기술과 항암제가 많아져 이를 조합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환자 상태에 따라 시도해볼 방법이 많으니 성적이 향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은 조기발견이다. 위내시경 검사가 일반화 되면서 전체 환자 중 조기암 환자의 비중이 커졌다. 이것이 전체적인 생존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 사회에는 4만 6000명이 넘는 '위암 완치자'가 살고 있다. 또 진단후 5년 미만의 예비 완치자도 8만 8000명에 달한다. 김 센터장은 "이들의 '삶의 질'에 관심을 갖는 건 '예방과 극복'이라는 전통적 접근법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발 두려워 전전긍긍 하는 게 최선인가"
여기서 궁금함이 생겼다.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해도 일단 '암'을 겪은 이상 정상인에 비해 건강상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란 통념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연구해본 적이 없어 정답은 없지만, 경험상 보면 이렇습니다. 1, 2기 환자가 전체 위암 환자의 80%입니다. 이들의 5년 이후 재발률은 2%가 안 됩니다. 2%라는 건 일반인의 암 발생률과 차이가 없는 수치죠."
일단 누가 재발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100명 중 1,2명이다. '그게 내가 될까봐' 환자는 두려움에 떤다. 좋다는 것, 나쁘다는 것 온갖 정보를 찾아 헤맨다.
"암에 걸렸다는 건 발암물질에 수십년간 노출돼 나타난 결과죠. 암 치료 받고 지금부터 탄 고기 안 먹으면 재발 안하냐고 많이들 물으시는데 사실 말이 안 되는 질문입니다."
그보다 에너지를 쏟아야 할 부분은 일단 5년을 넘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각종 치료를 잘 견디고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하다. 즉 '잘 먹고 잘 사는' 생활방식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야기다.
"암 완치자의 사망원인은 '암' 자체일 가능성보다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중풍이나 심장마비 등의 심뇌혈관계질환일 확률이 더 높죠. 작은 위험에 매달려 건강관리에 소홀하면 절대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암환자가 사회로 내던져지는 일 없었으면…"
그럼에도 '암'은 개인적ㆍ가정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다. 때문에 김 센터장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암환자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하고 8∼9일이면 퇴원 합니다. 하지만 특히 고령 환자들은 일상으로 복귀를 두려워합니다. 다시 밥 해먹고 일하고,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죠. 병원에서 사회로 가는 길목에 완충작용을 해주는 장치가 절실합니다. 병원 근처에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며 서서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암환자 휴양 시설'이 생겼으면 합니다."
김 센터장의 또 다른 바람은 늘어가는 '젊은 희생자'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공식 위내시경 검사 권고안이 40세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를 좀 내리자는 게 그의 의견이다.
"오늘 아침에도 28세, 38세 위암환자 두 명을 수술했는데 배를 열었다 다시 닫았습니다.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발견이 늦었던 거지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사회가 젊은이들을 위암 위험에 노출되도록 사실상 방치한 꼴입니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다. "젊은이들이 큰 일을 앞두고 검사를 받도록 권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를 들면 군입대ㆍ유학ㆍ결혼ㆍ취업 등을 계기로 검사를 받게 해주면 위암으로 고통받는 젊은이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 성 센터장은
1979년 서울의대 외과를 졸업하고 국립암센터를 거쳐 2002년 삼성서울병원에 합류했다. 복강경 수술을 포함해 매년 500여 건 이상 위암 수술을 집도한다. 수술경험이 국내에서 손꼽을 정도로 많다.
#위암수술 환자 음식은 이렇게
위절제 수술을 받으면 음식물 저장공간이 감소하고 소화 흡수력이 저하된다. 이로 인해 체중이 감소하거나 일부 영양소 흡수불량, 덤핑증후군(음식이 위장을 곧바로 통과해 설사나 메스꺼움이 나타나는 장애)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식사요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또 위암 환자와 가족들은 어떤 음식이 재발에 도움이 되며 해로운지, 어떤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이 좋은지 큰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믿고 수술 후 육류나 밀가루 음식 등 특정 식품을 끊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일은 좋지 않다. 오히려 수술 회복을 지연시키고 영양불량과 빈혈을 야기할 수 있다.
수술 직후에는 빠른 상처회복과 원활한 영양공급을 위해 양질의 단백질과 소화가 잘 되는 채소를 함께 먹는 식단이 좋다. 또 임상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담당의사와 반드시 상의해 복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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