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방망이는 정규시즌에서도 보기 힘든 졸전을 했다. 초반 기선을 제압했지만 번번이 찬스를 놓쳤다. 1회 2사 만루가 가장 아쉬웠다. 강민호가 흔들렸던 송은범 공략에 실패하며 내야땅볼로 물러났다. 안타가 터졌다면 경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러나 2회와 3회 악순환은 반복됐고 결국 타이트한 승부에 강한 SK에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송은범의 구위는 3회까지 불안정했다. 도망가는 피칭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4회 이후 내용은 180도 뒤집어졌다. 롯데 타선의 거듭된 부진에 날개를 단 듯했다. 이에 맞선 라이언 사도스키는 수준급 피칭을 뽐냈지만 다소 불운했다. 4회 그는 최정과의 승부에서 다소 불리한 볼 판정을 받았다. 다음 타자 박정권의 타구는 몸에 맞으며 내야안타로 연결되기까지 했다. 피했다면 충분히 병살타가 됐을 것이다. 결국 그는 1사 1, 3루에서 최동수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실점을 허용했다. 병살타를 지나치게 의식, 몸 쪽 위주로 공략한 것이 화근이었다. 최동수는 몸 쪽 승부에 무척 강한 타자다.
롯데는 8회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 전준우가 좌전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이대호는 박희수의 커브, 체인지업 등에 타격 타이밍을 빼앗기며 삼진을 당했고 후속 홍성흔도 장타를 의식한 나머지 배트를 크게 휘두르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문제는 그 뒤다. 롯데는 1점차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불펜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강영식은 선두 박재상을 2루수 앞 땅볼로 묶었지만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구위가 떨어져 있었다. 벤치는 최정 타석에서 이용훈, 고원준 등 오른손 투수를, 박정권 타석에서 이명우 등 왼손 투수를 올려 반격의 기회를 노렸어야 했다. 그러나 김사율까지 살아난 불펜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했고 결국 SK에 추가득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2사 2, 3루 김강민과의 승부다. 고원준은 플레이오프에서 빠른 볼에 적응하지 못한 그에게 느린 변화구를 던지다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구종 선택에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SK는 송은범이 초반 위기를 넘기며 호투를 펼쳐 편안하게 승리를 챙겼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선수 야구’를 앞세운 이만수 감독대행의 잦은 작전 구사다. 4회 1, 3루에서 김강민은 초구 번트에 실패했다. 그런데 그 사이 홈으로 스타트를 끊은 3루 주자 박정권이 런 다운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스퀴즈였는지 푸시 번트였는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인 탓에 나온 실수인 것만은 분명했다.
비슷한 장면은 한 번 더 있었다. 7회 1루에 출루한 김강민이 박진만의 희생번트 시도 때 아예 스타트를 끊지 않았다. 볼카운트 0-1에서 불협화음은 한 번 더 있었다. 박진만이 번트를 성공시켰는데 이를 김강민이 히트 앤 런 사인으로 잘못 받아들였다. 그는 주루코치를 보는 것이 습관화된 듯 보였다. 창의적이거나 능동적인 플레이는 그만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얼핏 보면 작전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늘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함께 흥분하고 즐거워한다.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건 직접 사인을 내지 않는 데 있다. 역할은 이철성 수석코치가 대신 수행한다. 작전을 전달하는데 다른 팀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 대행은 메이저리그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꽤 많은 작전을 구사한다. 1구마다 바뀔 때도 있다. 선수들은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상대적으로 이를 적게 구사한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SK에서 이대호와 같은 선수가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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