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K리그 최강 전북 현대가 알 이티하드(사우디)와의 원정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전북은 20일 새벽(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벌어진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에닝요, 손승준, 조성환의 연속골을 앞세워 3-2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전북은 이날 원정승리와 다득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전북은 전방에 이동국이 포진하고 서정진이 뒤를 받쳤다. 좌우 날개는 특급 용병 루이스와 에닝요 콤비가 나섰다. 중원은 손승준과 정훈이 커버했고 포백(4-back) 수비는 박원재, 김상식, 조성환, 최철순이 맡았다. 수문장은 김민식이었다.
펠레스코어가 말해 주듯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전북은 전반 시작 1분 만에 행운의 선취점을 얻었다. 에닝요가 좌측에서 올린 코너킥을 상대 수비가 걷어 낸다는 것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선제골의 기쁨도 잠시였다. 전북은 불과 4분 후에 알 이티하드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알 누마네가 중원에서 올린 크로스를 달려들던 나이프 하자지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전북의 골망을 갈랐다. 실점 이후 전북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에서 패스미스가 이어졌고 상대의 빠른 돌파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설상가상 알 이티하드의 추가골이 터졌다. 전반 17분 이번에도 하자지의 골이었다. 김상식이 문전에 떨어진 공중볼을 잘못 처리하면서 달려들던 하자지가 공을 가로채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2-1로 리드를 잡은 알 이티하드는 일찌감치 본색을 드러냈다. 알 이티하드 선수들은 사소한 신체 접촉에도 경기장에 드러누워 시간을 끄는 ‘침대축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거친 반칙을 일삼고도 외려 부상당한 척하며 심판의 눈을 속이기도 했다.
어려운 경기 속에 악재가 겹쳤다. 전반 33분 기대를 모은 ‘라이언 킹’ 이동국이 부상으로 빠지고 김동찬이 투입됐다. 이동국은 훈련 때 입은 종아리 부상의 여파가 남아있었다.
위기를 넘기며 전반을 1-2로 마친 전북은 후반 들어 ‘닥공’ 축구의 진수를 선보였다. 활발한 공격으로 찬스를 노리던 전북은 후반 11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에닝요의 코너킥이 문전 혼전 중 뒤로 흘렀고 기다리고 있던 손승준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구석을 꿰뚫었다.
동점골 이후 전북의 공격력이 한층 살아났다. 후반 14분 정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강한 왼발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북은 후반 중반 심우연을 투입하며 수비에 안정을 꾀했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은 알 이티하드도 간간이 반격을 노렸다. 하지만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은 알 이티하드는 거친 태클로 전북 선수들을 자극했다.
노련하게 상대의 전략을 피해 나간 전북은 후반 32분 마침내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에닝요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에닝요가 올린 코너킥을 달려들던 조성환이 앞도적인 높이를 자랑하며 상대 골문에 내리 꽂았다.
전북은 후반 막판 몇 차례 실점 위기를 잘 넘기며 경기를 마쳤다. 15명의 소수정예 멤버로 원정길에 나섰던 전북은 이날 승리로 AFC챔피언스리그 결승 티켓에 한 발 다가섰다.
전북은 오는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알 이티하드와 4강 2차전을 갖는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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